개인의 호의에 기대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
병원복에 여기 저기 처치를 한 아픈 아이들의 모습이 노출되고 병보다 병원비를 걱정하는 부모의 인터뷰가 나온다. 우리가 케이블티비나 포털 사이트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안타까운 아이들의 모습에 후원의 지갑이 저절로 열린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그런 방송이 매우 불편하다. 우선, 아이들의 그런 아픈 모습이 노출되는 것이 그렇고, 그런 아이들의 병원비를 모금이라는 개인적 호의에 기대어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느 부모가 아픈 아이의 사연을 노출시켜서 모금을 하고 싶겠는가. 그렇게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에서 모두 해결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우연히 SNS에서 접하게 된 활동이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연대]*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 못지 않게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병원을 갈때 마다 느끼겠지만 내가 병원의 상술에 넘어가 비급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흔한 장염이나 감기 치료 등은 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비율은 6-70%정도지만, 환자가 내는 의료비 3-40%에는 비급여 치료가 포함되기 때문에 비급여 치료를 걷어낸다면 우리의 필수적 의료비는 건강보험으로 상당부분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병원비를 모금하는 안타까운 아이들의 사연이 생겨나는걸까?
90% 이상의 아이들은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을 해서 진료를 받아도 년간 병원비가 300만원 이상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건강보험의 덕분이다. 그렇지만 희귀질병으로 혹은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질병을 앓는 소수의 아이들은 건강보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병원비를 내야한다. 희귀질병은 그 치료약이 아직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아 비급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은 건강보험에서 70% 비용을 감당해도 본인 부담이 년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를 기약없이 계속해야 한다. 그런 아이들이 바로 우리가 모금방송에서 접하는 아이들이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례들이다.
소수의 아이들을 위해서 정책까지 바꿔야 하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수의 사례는 대다수의 부모들의 불안이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언제든 그럴수 있다는 생각에 사보험에 가입한다. 그 보험료가 년간 5조에 이른다고 하니,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의료를 해도 되는 큰 돈*이 보험회사의 이익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지말고 우리 합리적으로, 년간 100만원 이상이 되는 모든 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해결하자! 고 하는 것이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의 핵심적 주장이다.
아이를 위해 월 4-5만원에 달하는 사보험에 가입하며 각자도생의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우리가 함께 이 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자는 것!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지 못하더라도 병원비를 걱정하지는 않도록 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아동복지단체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어린이 병원비 관련 사업도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는 크게 연관이 없던 나는 용기를 내어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연대](이하 연대)의 문을 두드렸다. 연대 활동이 시작된 것인 2015년 말이었는데 내가 일하던 단체가 연대에 들어가게 된 것이 2016년 상반기였다. 개별 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던 내가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여러 단체,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연대활동을 한 첫 시작이었다.(이 얘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공약이 받아들여져 연대의 제안이 실제로 실현되는 놀라운 성과를 경험하게 된다. 15세 이하 어린이의 입원비 부담이 20%에서 5%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 밖에 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어린이 병원비 모금방송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한다. 5%로 줄여도 사각지대에 빠진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비율이 아닌, 년간 100만원 이상은 지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 까닭이다. 그렇지만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연대 활동은 2021년에 일단락을 하면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로 전환되었다. 아쉬움과 보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여러분이 혹시 아이가 아퍼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은 후 의료비 영수증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내는 비용 뿐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내주는 비용이 함께 적혀있다. 거기의 15%(본인부담 20%가 5%가 되었으니!) 정도의 금액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회복지사와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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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연대] 활동이 궁금하신 분은 요기>> 백서
*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건강보험에서 지불하지 않는 추가적 치료들. 예를 들면 미용을 위한 피부과 치료, 도수 치료 등
* 2014년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산액이 약5152억원
2016년 어린이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추정액이 약 6000억원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