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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감자 Oct 18. 2022

옛날 아빠, 지금 아빠, 다시 옛날 아빠.

가장의 무게를 아내에게 가볍게 토스! ep.11 마지막 에피소드


허접한 글이지만 꾸준히 쓰려고 했다.

 

글 쓰는 행위 자체보다도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찾기 위해 나의 행동과 경험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내 주변을 주의 깊게 보고, 나도 모르게 글귀를 고민하고 있는 순간 하나하나가 기분이 좋았다. 하루를 충실히, 집중해서 사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 글에 내 감정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그리고 내 글은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현실과 감정은 유쾌한 상황이 아닌데 글은 유쾌하고 쓰려고 하니 그 괴리감에 아무런 감흥도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건 아마 내 허접한 글들을 읽어준 몇몇의 지나가는 분들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서랍에 작성하고 있던 수십 개의 글들을 모두 깔끔하게 지워버리기에 이르렀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그동안 나는 대기업에 재취업을 하게 되는 믿을 수 없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사업을 하는 동안의 경력을 인정을 해주어, 지난 회사에서 했었던 업무와 동일한 직무로 더 좋은 회사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6년이라는 사업기간이 경력단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다만, 회사에서는 조금이나마 인정을 해주었다. 역시 더 좋은 회사는 더 좋은 인사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좋은 분들이 더 좋은 식견으로 사람을 뽑는가 보다. 내 나이 또래보다 직급과 연봉에서 꽤나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그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들 개의치 않을 수 없을 거다라고 걱정하지만 정말 개의치 않는다. 아마 바닥을 쳐봤던 사람은 이 마음을 이해하리라.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첫 회사를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하던 나의 모습, 사업하는 동안 있었던 수많은 경험들, 허리를 다치고 집에 누워 있던 몇 달의 끔찍했던 4개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절망과 좌절, 그 안에서 아이들과 쌓은 수많은 추억, 다신 경험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면접, 그리고 새로운 사무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 


좋은데 슬프고, 기쁜데 나쁘고, 행복한데 눈물 날 것 같은 감정이 공존하는 이런 느낌을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라고 하는가 보다.



이제 감정을 추스르고 진실된 감정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역시 글을 쓰는 행위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즐겁기 때문에. 

서두에 말했던 대로 글을 쓰기 위한 준비로 나의 하루가 의미가 있어지고 충실해지는 기분이 좋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백수도 아니게 되었거니와 아내에게 짊어주었던 가장의 무게를 절반 나눠 짊어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주제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앞으로 쓰는 글들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써야 할지는 지금은 모르겠다.

어떤 주제가 되더라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멋진 에세이를 쓰고 싶다. 당분간은, 혹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아니면 평생 허접한 일기 수준의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의 무게를 아내에게 가볍게 토스'라는 주제의 열한 개의 글은 나중에 상상도 못 할 흑역사가 될 수도,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했던 기억으로 될 수도, 그 안에서도 멋진 삶이 녹아있는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짓 마음으로 쓴 글일 수도 있고, 힘든 상황에서 그래도 웃으면서 살고 싶었던 불쌍한 발버둥일 수도 있을 것이다.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열한 개의 글을 고이고이 조심스레 하나로 묶어 내 책장 한편에 남겨둔다.




여보, 고마워.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그 가장의 무게 돌려줘.
다 말고 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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