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친구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by 선우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메신저를 통한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다. 갑자기 프로필 사진이 바뀐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인별 그램에서 한국어로 외국인이 디엠을 보내는 경우 등이 있다.

솔직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까 싶었던 건 사실이다. 일어날일 없다 생각했지만 부모님께 보이스피싱이 찾아갔다. 최근에 내가 핸드폰을 잊어버렸다는 내용으로 부모님께서 보이스피싱을 당하신 것이다. 직접 겪고 나니 속상하고 사람에 대한 의심도 많아졌다.

그러다 메신저에 나의 진짜 친구는 몇 명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저 좋았다. 그리고 친구가 되는 건 너무 쉬웠다.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고 놀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혹은 빼빼로데이라며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곤 했다. 또 둘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하며 킥킥 웃으며 친구가 되기도 했다.

친구를 만드는 것은 서로 마주하고 진심을 나누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이 항상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친구에게 마음을 퍼주고 그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감정이 상해버리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기브 앤 테이커가 되어간다. 마음을 퍼주기만 하는 기버는 해볼만큼 해봤다. 남들에게 얻기만 하는 테이커가 되기에는 양심에 찔려서 안 되겠다.
결국엔 기브 앤 테이커가 되는 것이 가장 최선인 것 같다.


마음을 준만큼 돌아왔으면 하는 것이다. 나한테 좋은 사람에게만 열과 성을 다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매번 느낀다.

가짜 친구 구별해내기 프로젝트


내 주변에 빈 껍데기 같은 관계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과연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일찌감치 사람을 믿는 것에 대해선 단념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사람을 믿는 듯이.

메신저 창을 띄운다.




‘나 지금 돈이 100만 원 정도 필요해’

예능 방송에서 본 것을 따라 해 본다. 아니다.

친구끼리 무슨 돈 얘기를, 선 넘는 거야 이건.

톡을 썼다가 지운다.

‘나 지금 너네 집 쪽인데 만날래?’

아니다. 무슨 전 남자 친구한테 톡 하니.

참 구질구질해 보인다.

톡을 썼다가 지운다.

‘나 지금 많이 힘들어’

아니야. 너무 약해 보여.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약점 잡힐 필요 없어.

톡을 썼다가 지운다.

쓰다 보니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입가에 조소가 어린다.
그러다 순간 눈에 눈물이 고였다.
흐르게 내버려 둔다.
내가 스스로 안쓰러워졌다.


이런 말들을 편하게 받아줄 사람 없이 살아왔었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에게나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닌가 싶었다. 특히 돈을 빌려준다던가 하는 부분은 장난으로라도 말 못 하겠다.

그러나 이런 말을 아무한테도 쉽게 전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차갑다.

꼭 저런 말들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마음에 꾹꾹 눌러뒀었던 말들이 있었다.

나의 고민을 나눴다가 나를 쉽게 볼까 싶어 삼켰었다. 내가 말했다가 그 사람이 상처 입을까 그냥 말았었다. 나의 맘을 함부로 나눴다가 내 고민의 무게에 상대방이 가라앉을까 그만두었던 말도 아직 내 안에 있다.

친구에게 이런 말들도 나누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슨 관계인 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생긴다.

하지만 섣부르게 저런 말들을 나눴다간 관계의 끝이 어디로 치달을지 모른다. 이대로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또 말을 삼킨다.


이렇게 삼키다 삼키다 참을 수 없게 되면




남들에 대한 학습된 무신경함.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가 사람들끼리 와전되었던 옛날의 기억. 그때에 형성된 사람에 대한 낫지 않는 상처, 두려움.

내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다 보니 견고히 세워진 나의 벽.


한참 동안 이런 나에게도 적응했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안했다. 그러다 내가 세운 벽에 내가 도리어 갇히는 경우가 생겨버렸다.

내가 내 스스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어느새 닳고 닳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재고 또 저렇게 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세상의 틀에 나를 갇히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으나 어느새 그런 틀에 나를 가두어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다수가 선택한 기준에 사람들을 재고 따지는 게 훨씬 편하다고나 할까. 나의 가치관을 세상에 시험하고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실제로 세상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며 내 사람을 찾아보기도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혹은 내 기준이라는 것이 이미 사회의 기준이던가.


메시지 창에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나 지금 많이 힘들어'

그러다 보내기 버튼을 실수로 눌러버렸다.

누가 볼까 싶어 얼른 지운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결국 아무한테도 톡을 보내지 못했다.

결국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그들에게 가짜 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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