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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Feb 11. 2022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으로 유명한 리차드 도킨스는 한때 낙태에 대한 한 트윗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인 아이를 임신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다운증후군임을 알고도 낳는 것은 비도덕적이니 낙태하고 다시 임신하라고 권했기 때문입니다.


참 어렵습니다. 아이를 만드는 순간부터 부모는 신이 됩니다. 생명을 창조했으니까요. 그래서 신과 같은 책임을 어깨에 짊어져야 합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온 후의 생이 어떻게 될지, 나아가 바깥에서의 생을 시작할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건지 나빠진건지, 임신 초기에 뱃속의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는 모릅니다. 숫자들의 목록이 주르륵 나오고, 너의 자식은 ㅇㅇ할 확률이 ㅇㅇ%라고 합니다. 생을 두고 하는 도박이라니. 평생 어떤 도박이 이만큼 어려울까요. 법에 명시된 권리 아래 딱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어느 쪽도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함께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무난히 잘 넘어간 사람, 한참을 걱정했지만 결국 이겨내고 잘 사는 가족들. 그리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 그들을 보며 나는 저런 걱정 안 하게 되기를 빌었습니다.


그저 나의 고통만 피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이기적이었던 걸까요. 결국 아이가 오지 않음으로 인해 저런 무거운 선택도, 고통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건 생각 못했었는데.


이제 다 옛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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