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back] 아기강아지와 살면서

느낀 점

by 푸르름


레체와 함께 한 첫 1년은 그야말로 좌충우돌기였다.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존재를 만났다는 것. 이는 매우 뿌듯함과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이 동반되는 경험이었다. 흔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는 육견은 육아와 매우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아기는 몇 년 후 조금씩 의사표현을 뚜렷하게 하는 독립된 인격체로 변해가기 시작하지만 강아지는 개가 되어도 정말 ‘영원한 아기’이다.


둘이 산책이라도 나갔다 큰 소리가 나거나 해서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작은 꼬물이가 나 하나만 믿고 나왔는데 트라우마를 심어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씩씩하게 행동하려 애쓴다. 어릴 때는 양손(또는 한 손)으로도 쏙 안으면 푹 안기는 레체가 참 포근했다.


또한 레체와 함께 살면서 식사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우고 간절히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 앞에서 여유롭게 천천히 밥을 먹고 있는 것은 때론 고역이었다. 마치 갓난쟁이와 함께 사는 것처럼 허겁지겁 허기를 때우고 뭔가 흘리지 않았나 여기저기 살펴보는 게 루틴이 되었다.


물론 인간계에도 만연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수많은 무시무시한 사건 사고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분노하게 되었다. 레체도 유기견 출신이라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만든 짧은 홍보영상만 봐도 버려진 강아지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에 눈물이 나곤 했다. 그 외에도 입양의 기쁨이 무색하게 얼마 안 되어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반려견을 다치게 하거나 황망하게 떠나보내야 했다는 사연을 들으면 역시나 몸서리치도록 무서웠다. 돌이켜보면 산책하다 목줄을 놓치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것이 떨어져 있던 아찔한 순간도 많았지만 레체가 겁이 많은 소심한 강아지라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강아지와 살면서 내가 예전에는 무지하거니 비민감했던 부분에도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눈이 오면 뿌려지는 염화칼슘이 강아지 발바닥에 닿으면 매우 쓰라리고 아프며 이를 핥았을 경우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점. 반려동물과 동반해서 갈 수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제한적이고 함께 같이 갈 수 없는 곳이 더 많다는 점. 비반려인일 때는 전혀 알지 못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더욱더 느끼게 되었다는 점에서 레체는 나의 삶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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