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아 똥누니 아니오
본관은 울산(蔚山). 자는 자명(子明), 호는 오리(梧里). 대흥(大興) 출신 박율(朴繘)은 아버지 박이건(朴以健)과 어머니 여계선(呂繼先)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매우 총명하고 성리학에 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다소 엉뚱한 면모가 있었다.
그의 엉뚱함은 언문으로 쓰인 낙서 때문에 시작되었다.
개 똥 아
똥 누 니
아 니 오
저잣거리에서 아이들이 장난으로 써 놓은 낙서를 접한 박율은 세로로 읽어도 말이 되고 가로로 읽어도 말이 되는 문장에 흥미를 느꼈다. 남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갔을 낙서 때문에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율은 글공부를 하다가도 세로와 가로로 말이 되는 문장을 찾기 시작했고, 급기야 앞으로 읽어도 말이 되고 뒤로 읽어도 말이 되는 양방향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찾으면서 '대칭'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집착은 그를 더욱 강박적으로 만들어 가로, 세로, 대각선, 양방향 모두 대칭이 되는 문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