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껴야 할 것은?
빛이는 작년에 유치원에서 환경교육을 받은 이후로 '지구낭비'라는 말을 잘 쓴다.
빈방에 켜져 있는 불을 끄며,
"이거 지구낭비야아~"
하늘이가 이를 닦을 때 물을 틀어두면,
"야, 너 그거 지구낭비야아!"
심지어 음식을 남겨도,
"이거 버리면 지구낭비야아!"
둘째 하늘이도 유치원에 들어가 같은 교육을 받았는지 요즘 똑같이 잔소리꾼이 되어가고 있다. 화장실 불이라도 켜놓고 나오면 난리가 난다. 물을 낭비하면, 전기를 낭비하면, 차를 많이 타서 기름을 낭비하면, 지구가 아프다고 한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지구가 진짜 아픔을 느끼는 것 같다. 세상 모두에게 이 마음이 전해져 '지구낭비'를 막고, 사랑하는 마음만 맘껏 낭비하는 세상이 되길 꿈꿔본다.
차를 타고 가는 길, 빛이와의 대화.
"아빠, 핸드폰으로 노래 틀어 줘."
"지금은 아빠가 처음 가는 길이라 지도를 봐야 해서 안 돼."
"그럼 핸드폰이 두 개 있으면 앞으로는 지도도 보고 노래도 들을 수 있겠네?"
"근데 핸드폰 쓰는 것도 매달 돈을 내거든? 그렇게 불필요한 돈을 쓰는 건 낭비야."
"낭비? 돈이 지구를 어떻게 아프게 하는데? 돈을 낭비하면 뭐가 아파?"
"사람들 마음이 아파."
빛이가 수수께끼가 있다며 문제를 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것은?"
"사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동시에 빛이가 어떤 답을 말하든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우기며 가르칠 마음의 준비도 끝났다.
"정답! 아빠 어떻게 알았어?"
"맞아?진짜?"
정답이라니. 맞추고도 당황스럽다.
"이거 너 생각이야, 아니면 어디서 들은 문제야?"
"내 생각."
와. 일단 첫째는 다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