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업무 상의 이유로 택배를 보낼 일이 많아 나에게는 자주 가는 우체국이 몇 군데 있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회사 근처의 우체국인데 그 우체국은 꽤 크고 직원도 많다. 뿐만 아니라 최신식이라 자동으로 등기를 보내거나 소포를 보낼 수 있는 기계도 세 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항상 사람이 많은데, 택배를 삼십 개씩이나 보내야 하는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빨리 택배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직원분께서 나를 기억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번에도 평소처럼 카트에 박스를 가득 싣고 우체국에 들어섰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차례가 되자 직원분께 다가가 미리 예약을 했고, 주소도 모두 넣어뒀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라고 하시며 무심히 주소를 촤르르 뽑아주셨다. 그 이후엔 '어디서 붙이는지 아시죠?'라며 뒤쪽 공간을 안내해주셨고, 나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가서 삼십 여 개의 박스에 열심히 주소를 붙였다. 혼자 수십 개의 박스를 들고 겨우 겨우 왔는데, 그 분이 내 고난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외롭지 않았다. 그 분은 가끔 와서 이렇게 택배 박스를 보내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셨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실까? 어쩌면 기억을 못하시는데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체국에서는 이런 친근한 기억들이 많다. 업무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항상 지친 표정으로 우체국에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회 초년생을 대부분 이해해주셨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에 있던 우체국은 꽤 작았는데, 그곳으로 택배와 등기를 부치러 자주 갔다. 그때는 첫 회사여서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다녔었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일까?'라는 의문이 항상 들었다. 특히나 추운 날에 굳이 걸어 우체국까지 오면 꽤나 서러웠다. 얼굴엔 열을 뿜고, 입에선 김이 나오는 나를 직원분들께서는 그래도 항상 반갑게 맞아주셨다. 매번 이것저것 부치러 오는 내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알려주시고, 신경 써 주셨다.
배려해주시는 마음이 전해져 나도 일을 줄여드리려고 노력했고, 요즘도 이런 부분을 신경 쓴다. 꼭 물어보시는 것이 있는데, 무엇을 부치냐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답변을 준비해 간다. '깨지지 않는 거예요. 깨질 수 있는 거지만 뽁뽁이로 잘 감쌌습니다.' 훌륭한 답변이다. 박스를 미리 구해서 모두 포장해서 가져가면 대기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두 번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조금은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복잡하게 하나씩 포장하고 있는 것도 고역이다. 테이프와 칼, 가위 등이 있는 우체국도 있다. 하지만 항상 붐벼서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땀이 삐질 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낸다는 건 꽤나 고귀한 일이다. 받는 사람의 마음도 신경 써야 하는, 그래서 평소보다 힘이 배로 든다. 아무거나 보내더라도 박스를 열었을 때 어떻게 보일지 괜히 고민하게 된다. 특히 소중한 선물이라면 조금 더 신경 쓰면 마음도 배로 전달될 것 같은 기대도 하게 된다. 직접 주는 것보다 우편으로 보내면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설레서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다음에는 업무를 위한 택배가 아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조금은 특별한 사람에게 전달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