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고 맛있다

최고의 칭찬

by 조세핀



서울고속터미널에는 내가 좋아하는 찹쌀떡 집이 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듯 한 그 찹쌀떡 집의 특이한 점은 미리 만들어둔 찹쌀떡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바로바로 만들어서 판다는 것이다. 찹쌀떡 반죽과 팥소를 따로 만들어 두고 손님이 옆에서 주문하고 있으면 하나씩 찹쌀떡을 만든다. 당일 생산이 원칙이셔서 그런 것 같은데, 매장에 가면 사장님은 포장하느라 바쁘고, 직원 분은 만드느라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달인의 빠른 손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미리 만들어두셨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찹쌀떡 집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찹쌀떡은 한 박스에 열 개가 들어간다. 한 개 만드는데 10초 정도 걸린다고 해도 2분여의 시간이 걸리고, 박스에 담는 시간까지 하면 3분은 걸린다. 한 손님 당 3분씩 걸린다고 치면, 앞에 열 명이 기다릴 땐 거의 30분을 기다려야 내 순서가 온다. 게다가 한 사람이 한 박스만 사는 것도 아니니 생각보다 오래 서있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최근에는 어느 정도는 바로 직전에 만들어 두고 파시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찹쌀떡 집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4년 전 여름, 꽃시장에 들러 꽃을 사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상점가에 시작점이 안 보이는 긴 줄이 있었다. 이 더운 날, 도대체 무엇을 먹으려고 사람들이 이렇게 서 있나 싶어서 나도 뒤에 서봤다.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고, 가게 이름을 검색해보니 제천에 있는 유명한 찹쌀떡 집이란다. 흠... 여름에 찹쌀떡? 꼭 먹어야 하나 싶어서 더 기다리지 말고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내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꽤 오래 기다리셔서 다리도 아파 보이셨는데, 계속 기다리시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아니면 이 찹쌀떡이 도대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어 할머님께 말을 걸어보았다.


"할머니, 이거 맛있는 거예요?"

"응. 맛있지. 나는 누구 사다 줘야 해서 기다리는 거야."


할머니의 누가 이 음식을 그렇게나 좋아할까? 환기도 안 되는 이 공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할머니와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먹고 싶지도 않고, 사다 줄 사람도 없어 포기하고 집에 갔다.


찹쌀떡에 대한 생각이 흐려질 무렵, 우연히 가게를 지나갈 일이 생겼고, 그날은 날도 선선하여 기다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는 이십 개의 찹쌀떡이 든 쇼핑백이 주어졌다. 물론 집에 가서 먹어도 되지만, 왠지 바로 먹어야 맛있을 것 같았다. 근처 벤치에 앉아 갓 만든 찹쌀떡 하나를 뜯었다. 랩에 쌓인 평범하기 그지없는 찹쌀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쫀득하고 따뜻한 떡과 달큰하면서도 삼삼한 팥이 어우러져 맛보면 덩실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도 먹여보니 다들 달지 않고 맛있다고 좋아했다. (한국인이 디저트에 하는 최고의 칭찬: ‘달지 않고 맛있다’) 가족들 입맛도 통과하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모님께서 좋아하실 것이라고 가게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가끔은 사다주기까지 하면서 찹쌀떡을 나누었다. 물론 때로는 기다려야 하고, 사다 주기엔 무거울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사람들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크기에 어떤 수고로움도 잊은 것 같다.


어쩌면 더운 여름, 찹쌀떡을 기다리던 할머니의 마음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항상 소중한 사람이 떠오르니까 말이다. 날이 너무 더워지기 전에 또 몇 개 사서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냉동실에 얼려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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