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입니다."
내가 전화를 드리면 담임 선생님들은 모두 긴장을 하신다. 혹시 자기 반 학생들의 사건 때문에 전화한 줄 알고.....
그래서 학생 사건 관련 사안이 아니라 다른 일로 전화를 드릴 때도 약간은 망설여진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누구는 말하지만 늘 매일, 자꾸 반복되다 보니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업무상 전화를 걸었을 때 대화 방법을 바꾸었다.
- 인사 + 내가 누구인지 밝히기 + 간단한 안부(친한 사람이면 사설이 더 길어진다.) + 본래 통화하고자 했던 용건
- 안녕하세요. ~샘 학생부장이에요. 입시랑 취업시즌이라서 많이 바쁘시죠? 특성화고는 지금이 제일 바쁠 때잖아요. 잘 버티면 방학이 다가오니까 힘내요. 나중에 소주라도 한잔 하죠. ㅋ~. 아 참 전화드린 건 다른 게 아니라~
- 내가 누구인지 밝히기 + 용건을 간단히 바로 말한다.
- 학생부장이에요. 다른 게 아니라 그 반에 A가 취업 나간 거 맞지요? 수업시간에 계속 안 들어와서.. 뭐 사건 때문에 전화드린 건 아니에요 ㅋ~
뭐 나의 스타일의 전화 방식은 아니지만. 내가 전화를 했을 때 상대방 선생님의 긴장하는 목소리와 일시적으로 어색한 정적의 시간들을 겪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 씩은 생각한다.
내가 왜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학생부장을 하고 있을까에 대하여 자문하기도 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특별한 이익을 얻는 것도 없는데. 그러면 나는 그냥 봉사하는 의미로 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 네가 뭐 잔다르크냐? 너무 무리하지 마.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면서."
맞다 나는 잔다르크가 아니다. 아니 될 마음도 없다. 나는 삶에 있어서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특별하게 과하게 책임을 맡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고 하지만 막상 책임이 주어지면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완수한다. 이런 나 자신을 잘 알기에 나는 가급적 큰 책임을 맡는 것을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교직 경력이 쌓이면서 맡겨지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진다. 특별한 이익은 없지만 후배 교사들에게 짐이 되거나 잉여가 되기 싫어서 또 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책임들을 맡아왔다.
군 시절 후임이 자신의 인생의 신조라고 말했던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올해 내가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말이다. 가급적 이 순간들을 즐기려고 하고 삶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먼 훗날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년퇴임을 하게 되는 순간에 지금의 이 기억들은 그냥 소중한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