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아끼던 하나의 보물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은 그 보물의 부재를 슬퍼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 개인 공간에 부재의 슬픔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그곳은 슬픔으로 가득 찼고, 함께 울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개인의 공간을 행복으로 채워갔다.
부재의 슬픔은 끝났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런 모습들이 미웠다. 이상했다. 세상이 이상했다.
보물이 사라졌는데, 그 보물은 다른 우주로 가버려 다시 만질 수도 없는데.
빠르게 일상과 행복으로 채워져 가는 여러 공간들이 혼란스러웠다.
지구는 둥글었고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아침이 와서 눈을 떴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다.
친구가 옆에서 웃긴 이야기를 하면 그게 또 웃겨, 웃었다.
나 역시 어제와 다른 듯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보물들은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우주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없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주는 빛나고. 지구는 둥글고. 시간은 흐르니깐.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