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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xiweol Oct 24. 2024

너의 모든 계절의 안녕.

-잘 지내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계절에 나를 스쳐 갔던 나의 사람들. 나의 주변 어딘가에 있던 사람들.

한때는 나와 ‘안녕?’했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아닌 그런 사람들.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그 사람과의 시간이 담겨있는 그 계절이 다가오면 

괜히 코끝이 찡해지며 나는 그 계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한창 더운 어느 여름날에 너를 만났다. 

아직도 눈에 생생한 그날의 너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청바지에 인디고블루색 반팔 티를 입고, 검은색 힙색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청순한 외모의 그렇지 못하다고 여겼던 노랗게 물들인 머리. 

평소에 나라면 노랑머리를 보고 조금은 ‘불량스럽다.’ 생각했을 텐데. 너에게 퍽 잘 어울리던 노랑머리.

처음으로 함께 얼굴을 마주했을 때 어색하게 웃어 보이던 그 표정. 

여름에 만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여름이 잘 어울리는 친구구나’ 생각이 들게 했던 너. 

너는 오래 지나지 않아 겨울에 돌연 떠나갔다.

말 몇 마디 못 나누어 보고, 친구로서 친해져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너를 처음 만났던 여름이 다가오면 네가 생각나고, 

네가 떠났던 겨울이 다가오면 너의 안녕이 궁금하더라. 

더운 여름은 잘 보냈을까? 

선선하게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면 걷다가 문득 너도 이 바람을 느끼고 있을까?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행여 감기 걸리지 않게 옷은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닐까? 

그냥 너의 모든 계절이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

아 참, 네가 유일하게 없던 계절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사계절 중에 그래도 한 계절에는 너의 생각이 덜 나니깐 말이야.


애석하게도 다시 계절이 돌고 돌아 날씨가 쌀쌀해지고 곧 겨울이 올 것 같아.

아마 다가올 겨울에도 너를 만날 일은, 우연히라도 마주칠 일은 없을 테지만...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리고 이왕이면 봄에도. 

네가 있는, 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너의 모든 계절이 아무 탈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안녕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에 나도 안녕하고, 너도 안녕할 때. 

그때 운이 좋아 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연히 길에서 너와 마주친다면 같이 웃으며 

‘안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냥 친해지고 싶은 사람.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감정이 생기기 이전의 감정이 생기는 사람.

그냥 눈길이 가는 사람. '호감'이 가는 사람.

왠지 친구로서 잘 지내보고 싶은 사람.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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