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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Aug 10. 2021

소명(召命, calling)

나는 한 길을 찾고야 만다. 그렇지 못하면, 하나를 만들 것이다.

           영어에는 직업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들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용어는 ‘occupation’인데, 우리말의 ‘생업(生業)’에 해당한다.  자신이 주로 하는 일이 생업이므로, 모든 사람은 생업을 가지고 있다. 생업은 가정주부, 학생, 등을 포함한다.  이외에도, ‘career,’ ‘vocation,’ ‘calling,’ ‘jop’과 같이 직업을 칭하는 여러 단어가 있다.  커리어(career)는 보다 전문적인 훈련과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직종과 관련된다.  커리어는 한 분야를 선택하고, 계속 교육을 받고, 경력을 쌓아, 더욱 나은 위치로 이동하는 직업 행보를 말한다. 커리어는 빠르고, 계속된 승진의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전문 직종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단어이다. 잡(Job)은 임금과 일정한 고용을 전제로 한다. 직업과 관련하여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형식적인 말은 아니며, ‘맡은 일’이란 뜻이 강하다.

          직업과 관련하여서, ‘calling’이란 말은 상당히 독특하다. Calling ‘God’s calling’ 줄인 말이며, 한글 ‘소명(召命)’ 해당한다. 소명(召命) 주로 직업과 관련된 ‘나님의 부르심이란 뜻으로 기독교인들이 주로 쓰는 말이다. 직업을 나타내는  다른 , ‘vocation’ 이와 비슷한 말이다.  지금은 상당히 보편적으로 쓰이지만, ‘vocation’ 본래 라틴어 ‘vocare(부르다)’에서 나왔다 한다.   ‘나님의 부르심그리고 ‘직업이란 뜻이 있다.

          소명과 직업이 ‘나님의 부르심이라면, 모든 사람은  부르심을 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님의 부르심을 듣고 자신의 일터를 찾게 될까?  나님의 부르신 장소는 영성, 감성, 지성, 신체적 특성을 포함하는 정체성과 사회의 필요가 만나는 곳이다.  개인의 정체성은 다르고, 끊임없는 도전 가운데 생존과 발전을 시도하는 사회의 필요도 다양하다. 프레드릭 부케너(Frederick Buechner) ‘소명은 나의 깊은 기쁨과 세상의 깊은 배고픔이 만나는 장소라고  표현했다. 사회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며, 나에게는 생업이 되고 행복한 일터가 되는 곳이 소명의 장소이다. 어떤 사람은 사회나 공동체의 배고픔을 보고 들으면, 즉시 기쁘게 반응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일하는 곳이 소명의 장소인  모르다가,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정체성의 혼돈 때문에 한참을 방황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서 일터를 찾게 된다. 아무튼, 부름을 받은 곳에서 기쁘게 소임을 다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효창동 사거리의 허름한 컨테이너  칸에서 지난 15년간 같은 가격으로 국수를 삶아 파는  할머니의 영상을  적이 있다.  할머니는  일터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일터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래서, 선진화된 사회는 사회비용을 지출해서라도 장애인을 고용하고 일터를 제공한다.  

          직업에 관한 소명은 자신의 관심, 능력, 그리고 적성과 무관하지 않다. 어릴 적부터 한 아이의 소질과 관심을 잘 살피고, 다양한 직종에 관한 이해와 경험을 갖도록 하는 일은 본인과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보통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와 자신의 진로에 관해 고민하는데, 때 늦은 감이 있다. 자신의 직업 적성과 관심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를 먼저 선택하고, 학과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자원을 낭비하게 되며 후회하게 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직업적성을 일찍부터 평가해보고 자신에게 적절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한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서 세탁소, 식당, 식료품점, 주유소 같은 곳에서 일하거나, 집 보수와 관계된 노동을 주로 한다. 물론, 교사, 의사, 간호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종에서 일하는 한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어 표현 중 ‘Fresh Off the Boat(FOB)’라는 말이 있는데, ‘배에서 막 내린 이민자’라는 뜻이다. 이민 일 세대를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들 이민 일 세대들의 노동과 희생으로, 차세대들은 다양한 선택과 전문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미국의 이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는 “나는 반드시 정치와 전쟁에 관해 공부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내 아들이 수학과 철학을 자유로이 공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아들이 수학과 철학, 지리, 역사, 자연, 조선, 항해, 상업, 그리고 농업을 배운 후에야 내 아들의 아들은 그림, 시가(詩歌), 음악, 건축, 조소, 직조 공예, 그리고 도자기 빚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라고 한 새대와 다가오는 새대들이 당면하는 시대적인 희생과 기회를 잘 표현하였다.    

          토인비의 말처럼 한 사회의 발전은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급변하는 사회 상황에서,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형성되고, 어떤 직업군은 빠르게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코비드 팬데믹 이후 직종과 근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올해 (2021년) 매켄지 글로벌 조사연구는 다양한 형태의 회사들이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가치 창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한 회사들은 20% 또는 그 이상의 수입이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부터 창출되었다고 반응했다. 이 회사들은 코비드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 자동화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반응했다. 코비드 팬데믹으로 단순 반복 작업을 요구하는 저임금 노동을 대치하는 자동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030까지, 세계적으로 일억 명 이상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회사들은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일터에서 노동자 수를 줄여야 하는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코비드 팬데믹 기간에 일어난 이러한 변화는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여 주었으므로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선 일꾼들의 직업전환을 돕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코비드 팬데믹으로 노동시장이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사회가 존속하는 한, 우리는 서로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나의 정체성을 알고,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일터를 찾아내고 헌신하는 일이다. 일터를 찾아 나선 사람들을 위한 한 격언이 있다. “나는 한 길을 찾고야 만다. 그렇지 못하면, 하나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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