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조원선 : 1집 Swallow - 2009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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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그리 좋냐?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의 영상 산업을 이끌어 보겠다며 밤낮, 휴일 상관없이 일에만 몰두했던 그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잠시 창밖을 무심코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던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연애하지?'
마치 수십 년 꼭꼭 숨겨왔던 인류 최대의 비밀을 들킨 것과 같이 흠칫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애써 '말도 안 되는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저었지만 친구는 한사코,
'애인 생긴 거 맞네.. 맞아!.'
'누군데?'
'뭐 하는 여잔데?'
'언제 소개해줄 건데?'
라며, 점점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집요했던 친구의 질문 세례를 잠시 뿌리치고 화장실로 피신했던 나는, 도대체 친구가 어떻게 아직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알아가고 있던, 요즘의 말로 '썸'을 타고 있던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 하나둘씩 곱씹어 보게 되었는데, 도저히 자그마한 단서하나도 추측하거나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사회생활, 그것도 '갑'의 위치에 있던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관련 협의를 하다가 우연히 만났던 사이로 서로에게 이제 막 호감을 표시하는 정도였기에 친구가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경로는 전무했다.
손을 씻으며 한참을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또 어떤 말로 변명을 해야 이 녀석이 수긍할지 생각하며 잠시 거울을 바라본 순간 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얼굴엔 알 수 없는
미소가 가득했다.
무지막지하게 참아 보려 일부러 심각한 표정과 찡그림을 계속해 보기도 하지만, 얼굴 구석구석에 피어나는 미소와 웃음은 감출 수 없었고 결국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오랜 친구에게 털어놓고만 만다.
오늘은 마치 나도 모르게 내 맘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을 편안한 일상의 언어로 노래한 제목조차도 '딱'인 2009년 조원선 1집에 수록된 조원선 작사, 조원선/이상순 작곡의 '살랑살랑'을 백 열아홉 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독보적 음색 조원선,
그녀의 홀로서기
조원선은 지난 숨은 명곡 서른셋 편에서 잠시 소개했던 바와 같이, 숨은 명곡 서른하나 편의 '이희진'도 함께 참여한 1991년 홍콩가요제의 옴니버스 앨범 '행복한 사람들'에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2곡과 더불어 K-Pop에 데뷔한다.
이때의 조원선의 노래는 보다 청량감이 넘치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였던 보컬로 지금의 음색과는 사뭇 달라 어쩌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드림팩토리 시절의 지누 등과의 음악적 교류로부터 시작되어 롤러코스터 앨범에서 정립된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 때문에 훌륭한 보컬리스트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그전에 그녀는 출중한 프로듀서이기도 한데, 이뉴, 정용재, 지누, 박정현, 윤희중, 윤종신, 이소은, 김현철 그리고 롤러코스터에 보여준 그녀의 작사/작곡 능력은 이미 K-Pop 내에서도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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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롤러코스터의 활동은 아직까지 '잠정적 휴지기'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멤버 그 누구도 '해체'를 언급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다시 활동'을 언급하지도 않고 있으며 당사자인 조원선도 이에 대해선 열린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정도이다.
다만, 롤러코스터의 마지막 앨범이 2006년 디지털 싱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들의 빅팬인 내게 있어서는 굉장히 아쉽고 또 그리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그리움조차 시들해져 갈 2009년 조원선은 자신의 첫 번째 독집앨범을 들고 우리 곁에 나타난다. 물론 그녀는 롤러코스터 외에도 토이, 윤상, 윤종신 등과 같은 많은 가수들과의 Collabo 작업을 하긴 했지만, 그녀 자신의 앨범은 데뷔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조원선 개인 앨범이 지난 롤러코스터 앨범들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롤러코스터를 기다려왔던 많은 사람들에겐 참 단비 같은 행복이자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노래들로 가득 채워진 이 앨범은 그녀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의 음악적 방향성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보다 감성적이고 정적인 그녀만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1집 발표 이후 그녀의 활동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급하지 않게, 언제나 우리 곁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천천히 그녀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는데 얼마 전 약 5년간 '암투병'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기도 했다.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려주기를 바래본다.
오늘 소개할 백 열아홉 번째 숨은 명곡은 2009년 조원선 1집에 수록된 조원선 작사, 조원선/이상순 작곡의 '살랑살랑'이라는 노래이다. 롤러코스터 이후 조원선은 지누와의 작업은 굉장히 뜸한데 반해 이상순과의 여러 Collabo들은 지속해오고 있는데 가장 최근 발표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먹보털보' OST에서도 그들의 멋진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녀의 첫 번째 앨범에 함께한 동료 뮤지션들의 이름만 보아도 그녀의 음악적 풍부한 스펙트럼과 재능을 엿볼 수 있는데, 윤상과는 듀엣곡을, 김동률, 유희열, 마이엔트메리는 코러스를 하림과 토이 유희열은 세션에 참가함으로써 그녀를 보다 반짝이게 만들고 있다.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진 이상순 특유의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노래는 잔잔한 조원선 특유의 감성적인 음색과 함께 마치 시원한 바람이 하늘하늘 거리는 테라스에 앉아 거침없이 돌아가는 어느 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흥겨움 하나를 더해주는 퍼커션이 어느새 노래 속으로 들어와 함께 호흡하고, 멜로디 사이사이로 퍼져 흐르다가 다시 노래와 합쳐지는 조원선의 감각적인 코러스가 어우러질 때면, 어느새 하염없는 미소가 번지는 내 입가를 보며 깜짝 놀라게 된다.
마치 숨기고 싶던 사랑의 감정을 들킨 것처럼.
나도 모르는 새
한참을 웃고 있나 봐
어느 날 화장실에서 문득 보게 된 요즘의 내 얼굴은 웃음과 미소가 사라진 지 참 오래된 것만 같은 모습이지만, 눈치 보지 않고 언제나 다시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날이 다시 오기를, 기도해 본다.
마음은 저 멀리 나지막이 보사노바!
예압~!
작사 : 조원선
작곡 : 조원선, 이상순
노래 : 조원선
오늘은 하루종일
어딘가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인지
설레는 마음 왠일인지
하늘을 보다 기분이 이상해
나도 모르는 새 한참을 웃고 있나 봐
언제부터 들리는 노랫소리
마음은 저 멀리 나즈막히 보사노바
오늘은 아무것도
어제와 다를 게 없는데
가만히 눈감으면
어딘가에서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 머리카락 날려와
나도 모르는 새 한참을 웃고 있나 봐
언제라도 내 마음 불러주네
마음은 저 멀리 나즈막히 보사노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저도 롤러코스터 앨범과 조원선 님 앨범을 모두 듣고 자라서 참 반갑네요
잘 읽고 갑니다 시간나면 제 글도 한번 읽어주실래요?
@달빛바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빛바람님. 영화 관련된 일을 하셨다니 저도 한참 영화인으로 살았었기에, 정말 반갑습니다. 멋진 글 하나 하나씩 재미나게 읽어보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