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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fp Sep 04. 2024

4. 불안장애부터 치료합시다!

나는 바로 ADHD약부터 먹는 줄 알았지!

지난 검진 때 담당선생님께서 불안장애부터 잡아보자고 하시면서 처방해 준 프리스틱서방정 약 복용날이 되었다. 싱숭생숭하니 이상한 기분은 자고 나니 바로 진정되었다. 생에 첫 정신과 약이기도 하고 왠지 기대되는 마음에 괜히 그리고 ADHD 특인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묘한 기대감으로 눈을 뜨고부터 괜히 들뜨고 설렌 아침이었다. 드문 일이다. 프리스틱 한 알을 삼켰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 날 의사 선생님께 약에 대해 간단한 설명은 들었지만 ADHD인 나의 특성 중 하나인 과몰입, 과집중 덕분에(?) 첫 복용하기 전 날, 약에 대해 찾아보고 유튜브도 찾아보았는데 프리스틱서방정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화이자제약에서 나온 약이고 나름 최신 약이면서 주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효과적이고 부작용은 최소로 줄인 약으로 벤라팍신과 데스벤라팍신 등의 이야기,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에 대한 재흡수를 억제해 뇌 내의 농도를 유지하여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전에 비해 덜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정도까지는 알 수 있었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에 효과적이면서 불안으로 인한 집중력 결핍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 약을 먹고 난 후, 뭔가 드라마틱하면서 직접적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줄 알았다.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을 읽고 난 뒤 병원에 방문할 때 묘하게 약에 대한 환타스틱 한 효과를 나도 모르게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침에 약을 먹고 난 이후,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약간 실망했다.


내가 받아온 프리스틱 서방정은 서방정의 뜻이 천천히 약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었기에 우선 기다리면서 어떤 효과가 올라올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프리스틱서방정 50mg. 연핑크색에 피라미드 비슷한 모양이라 예쁘다(?).



마침 약 복용 후 2시간 정도 뒤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하는 학부모모임이 있었다. 모처럼 참여해서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누구 엄마인지 확인하는 중에 갑자기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면서 사물과 사람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얼굴과 매치시키는 게 어려웠던 내게 상대 얼굴과 누구의 엄마인지가 바로바로 각인되었다. 기억력이 갑자기 살짝 오른 느낌. 이 약도 미약하게나마 ADHD에 효과가 있다는 부연설명을 봤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대화를 하면서 대화에 집중하기보다 주변에 더 신경 쓰고 일대일 대화에서도 상대목소리보다 다른 잡소리가 더 잘 들리고 대화 중에 상대 목소리는 어딘가 웅웅 거리며 울리듯 들리는 경우가 매번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대 목소리도 뚜렷하게 들리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고 들을 수 있던 부분이 가장 크게 체감이 되었다.


’어? 신기하다.. 약 효과를 이렇게 바로 느낄 수 있네? 맨날 이렇게 살면 좋겠다.‘


내가 느낀 프리스틱서방정 50mg의 첫 복용날 느낌은 딱 이랬다! 그리고 늘 모임이 끝나면 그날 대화나 이야기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머릿속에 더 길게, 더 오래 남아있는 느낌이 익숙지 않으면서도 좋았다. 정리정돈은 여전히 잘 안 됐지만 이것도 점점 나중에 좋아진다고 하니 기대가 됐다.


첫 복용이라 약 효과가 진하게 오래간 걸까. 오후에 아이들 하원시키고 운전해서 마트에 들렀다 집에 가는 내내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짜증이나 화가 크게 나지 않았다. 아이들 소란에 감정이 올라가지 않고 침착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내 감정을 내가 다스릴 수 있다는 느낌에 그날 하루는 산뜻하고 보람차게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애들 훈육을 보다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에 한 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병원 찾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전에 비해 감정기복이나 내 감정조절이 더 잘되는 것이 말 그대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것 같아 ‘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더 견고해질 수 있는 이유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선지 약 복용 후 점점 달라질 내 일상이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스스로 혐오하던 나 자신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는 육아와 자기 계발을 병행할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은 기대감이 함께 내 마음을 적시며 그렇게 24년의 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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