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나의 일기
1997년 7월 14일 월요일
날씨: 해 쨍쨍
일어난 시각: 6시
잠자는 시각: 9시
나는 오늘 팥빙수를 먹으며 만화를 봤다.
팥빙수는 정말 맛있었고 만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어느새 만화는 끝이났다.
난 남은 팥빙수를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어른이 된 나의 소회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적 나는 일기에는 뭔가 특별한 일을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는 무더운 여름방학 중 어찌 매일매일이 휴가같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을까!
이 날은 사실 평범한 날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된다. '팥빙수와 만화'라는 평범한 소재와 더불어
유달리 쓰기 싫었던 것 같은 흐릿한 글씨가 그 짐작을 보탠다. ㅋㅋ
그치만 그때의 나는 엄마가 해준 팥빙수를 먹으며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를 보는 8살의 하루를 어른이 된 내가 '행복'이라 부르게 될 줄 몰랐을 거다.
내가 팥빙수를 좋아해서였는지 우리 집에는 얼음을 수동으로 가는 기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가 직접 갈아준 얼음 가루에 팥 고명과 떡, 연유를 넣어 먹는 집 팥빙수의 맛!
아직도 그 팥빙수의 대강의 모양과 맛이 어렴풋하게나마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떤 만화를 봤을지 궁금해서 1997년 지상파TV에서 방영된 만화영화들을 검색해보았다.
당시에 내가 본 만화는 피구왕 통키, 꼬비꼬비, 세일러문,
꼬마유령 캐스퍼, 아기공룡 둘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만화들인데
당시의 나로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니 무슨 내용이었을지 궁금하다.
거실에서 선풍기 켜놓고 엄마가 해준 팥빙수를 먹으며 만화를 보던 1997년의 여름!
다신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다.
오늘의 평범함 역시 훗날에는 특별함으로 기억되겠지?
글모 선생님의 코멘트
더운 날 팥빙수가 정말 맛있었겠네!
눈이 나빠지니 TV는 너무 가까이서 보지 않게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