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나의 일기
1997년 7월 29일 화요일
날씨: 무더움?(해가 웃고 있어서)
일어난 시각: 6시
잠자는 시각: 9시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타고 놀았다.
아빠가 튜브를 밀어 주었다.
발이 바닷물에 닿아서 발이 시원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갯벌에서 조개를 잡았다.
조개를 잡는것도 참 재미있었다.
어른이 된 나의 소회
기억력이 그리 안 좋은 건 아닌데도 어릴 적 추억같은 건 특별히 기억나는 게 많진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아빠와 해수욕을 했던 기억은 비교적 즐거운 추억으로 또렷이 기억된다.
평소엔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견디느라 아빠의 미간은 늘 찌푸려져 있었고
퇴근 후 집에 오신 아빠는 주로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 아빠가 '즐거워보인다'고 느껴서 나도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바로 이 해수욕장에서였다.
간만에 휴가를 내어 가족들과 해수욕장에서 맘껏 수영하고
딸의 튜브를 밀어주며 놀았던 것이 아빠도 참 자유롭고 재밌으셨을 거다.
직장을 다녀보고 사회인이 되어보니 집에선 무뚝뚝하시던 아빠가 왜 해수욕장에선 함박웃음을 지으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 기억에 엄마는 저 그림과는 달리 늘 파라솔 아래 그늘에 앉아 계셨었다.
신나게 놀다 와서는 엄마도 같이 바다에 들어가자고, 왜 안 들어가냐고 여쭈면
엄마는 어지러워서 바다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셨다.
그땐 바다에 들어가는 게 왜 어지러운지 도통 이해가 안 됐었는데,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30대 중반의 반고리관은 어릴 때의 그것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었고 엄마는 그 나이의 두 배 가량이 되었고
저번에 보니 아빠의 머리는 새하얘져서 호호 할아버지가 되신 거 같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서 관념적인 엄마아빠의 모습은
이날 해수욕장에서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와
아이처럼 신나게 웃으며 내 튜브를 밀어주던 까만머리의 아빠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만 같다.
글모 선생님의 코멘트
가족들과 해수욕장에서 가서 튜브도 타고 조개도 잡았구나!
신나게 놀고 까맣게 타서 돌아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