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나의 일기
1997년 8월 9일 토요일
날씨: 해 쨍쨍
일어난 시각: 7시
잠자는 시각: 9시
오랜만에 외갓집에 갔다. 외사촌 '은선'이 '은경'이랑 피아노를 치면서 놀다가 물놀이 했다.
우리는 물놀이를 끝내고 나니까 벌써 저녁이 됬다.
우린 할머니가 똑같이 만들어주신 치마를 입었다.
엄마께서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다.
어른이 된 나의 소회
또다시 엄마가 그려준 티가 많이 나는 그림.
여름방학 숙제라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썼던 게 분명하다.
마치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내가 글을 쓰는 동안 떡을 써는 대신 그림을 그려준 엄마.
확실히 어린 시절에는 친가보다 외가가 더 편했다.
엄마가 주양육자시다보니 본인 친정에 나를 더 많이 데려가셨고
외삼촌의 딸들인 은선이 은경이 자매와 또래다보니 곧잘 놀았던 것 같다.
피아노도 치고, 물놀이도 하고, 외할머니가 만드신 치마도 입고, 얼마나 재밌었을까.
커서는 왠지 모를 또래 사촌간의 비교와 질투가 사이를 멀게도 만들고
어른들의 사정으로 외가와 많이 멀어져 사촌들과 한참을 못 보게 되었었다.
못 보던 새 할아버지 장례식 때 십수 년만에 만난 사촌들은 많이 변해있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참 반가웠다.
어색한 시간도 잠시,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묻고 결혼을 주제로 이야기도 나누며
밤을 새워 비어있던 시간들을 채워 나갔다.
해묵은 감정과 우리는 모르는 어른들의 관계들은 뒤로 할 수 있었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그런 거다.
외할머니는 이제 90세가 넘으셨는데
나는 아직도 외할머니 집에 있던 재봉틀이 기억난다.
그 재봉틀로 손녀들을 위해 치마를 만드시는 외할머니의 검은 머리 시절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할머니가 치마를 만들어주신다면야
기꺼이 입고 다닐 수 있을 텐데.
글모 선생님의 코멘트
됬다 -> 됐다(O)
외갓집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구나!
그 치마 입은 모습 보고싶네. 어떤 치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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