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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an 04. 2023

8. 다쿠아즈와 슈

이 주 전 요즘 유행하는 감기에 걸려버렸다. 그런 유행 따위는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데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던 내가 오랜만에 걸려버린 겨울 감기에 정신을 못 차렸다. 처음엔 목과 기침으로 하루이틀 고생하더니 삼일째부터는 콧물이 줄줄 흘렀다. 투명하고 맑은 콧물이 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서 일상생활이 지저분하다 못해 추해져 버렸다. 이렇게 몸이 아프고 축날 때 나는 간절히 생각나는 디저트가 하나 있다. 바로 귀여운 모양에 달콤한 크림을 가득 품고 있는 슈. 시원하게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어 한입에 쏙 넣는다면 이 지긋지긋한 두통과 콧물도 단숨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기력만 따라준다면 내가 금세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만 도통 몸이 따라주질 않아 슬펐다.


지금 당장 먹고 싶은 빵을 만들어 먹을 수도 사다 먹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감기에 걸려 사지가 아픈 것보다 서럽게 느껴졌다.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기필코 만들어 먹겠다며 몸이 낫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감기가 온전히 내 몸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어 슈를 만들어 보았다. 전분의 호화를 충분히 하지 못해 부풀기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히 그 맛은 기다림이라는 조미료가 더해져 더달콤하게 느껴졌다.


빵 안에 크림이 들어가서 차게 먹으면 더 맛있는 디저트는 다쿠아즈와 슈가 있다. 둘 다 겉은 바삭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럽고 달콤하다. 먼저 다쿠아즈는 마카롱과 함께 머랭과자의 하나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간식이다. 아몬드가 들어가 견과류의 향미가 나며 중앙에 부드럽고 풍부한 휘핑크림이나 버터크림 등을 채워서 몇 겹으로 쌓고 차게 해서 먹는다. 그리고 슈는 '양배추'라는 뜻의 불어로 구워진 모양새가 비슷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속이 빈 채로 구워지기 때문에 구운 후에 크림을 넣어 완성한다. 다쿠아즈와 슈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빈듯하지만 폭신폭신해서 마치 구름을 먹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에게 다쿠아즈는 제과제빵 실기시험에서 제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품목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아무래도 머랭을 손으로 직접 쳐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품기를 이용해도 되지만 그러면 원하는 만큼의 머랭양이 나오지 않서 손으로 직접 쳐서 만들어야 합격할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실기학원 선생님 꼭 손으로 머랭을 쳐야 한다며 당부했었다. 하지만 직접 머랭을 쳐 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팔 빠지는 작업인지 알 것이다. 혼자 330g의 흰자를 세모 뿔모양의 피크가 될 때까지 머랭을 친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 힘들다. 양손신공을 이용해서 번갈아 가면서 해도 이러다 정말 내 팔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고 의심이 될 때쯤 머랭이 완성된다.


또한 반죽을 다쿠와즈틀에 넣고 표면을 고르게 할 때는 여러 번 긁으면 표면이 지저분해지므로 마음을 비우고 1~2번 안에 작업을 마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슈는 불위에서 반죽을 호화시켜야 하기에 손이 데거나 다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시험장에서 긴장한 마음에 다치게 된다면 바로 실격처리가 될 수도 있고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와 마음의 상처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나의 기도빨이 먹혀서 시험에서 마주치지 않았지만 실기시험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과 제빵에서 다쿠아즈와 슈는 정말 사랑스러운 품목이다.



 


<다쿠아즈>

1. 흰자를 거품기로 맥주거품처럼 될 때까지 풀어준다.

2. 설탕을 넣고 머랭 100%(거품기를 들어 올렸을 때 뾰족한 거꾸로 삼각형모양이 나올 때까지)를 만들어준다.

3. 아몬드파우더, 분당, 박력분을 가루체질해서 넣어준다.(가르면서 가볍게 가루 안 보일 때까지만 섞기)

4. 평철판에 테프론시트를 깔고 다쿠아즈틀을 올린다.

5. 3번 반죽을 짜는 주머니에 담아 틀에 지그제그로 봉긋하게 팬닝 한다.

6. 플라스틱 스크레퍼로 힘을 빼고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2~3번 정도 평탄작업을 해준다.

7. 다쿠아즈틀을 조심스럽게 제거한 후 분당을 2회 충분히 고르게 뿌려준다.

8. 180/160도로 15분 구워준다.

9. 구운 후 식으면 버터크림을 발라 샌드 한다.



<슈>

1. 물과 버터 소금을 중간볼에 넣고 센 불에서 팔팔 끓여준다.

2. 장갑을 왼손에 끼고 볼을 잡아 다른 손으로 거품기를 잡고 휘저으며 녹여준다. (가장자리 타지 않게)

3. 다 녹으면 팔팔 끊을 때까지 온도를 보며 휘젓지 말고 기다린다.

4. 100도가 되면 중력분을 가루체질해서 한 번에 넣고 거품기로 바닥을 긁으며 빠르게 1분 섞어준다. (바닥에 불투명한 막이 생길 때까지)

5. 가스레인지에서 내려서 살짝 풀어준 후 달걀을 2개, 2개, 2개, 1개로 섞어준다. (섞이면 빠르게 바로바로)

6. 마지막 달걀은 고무주걱으로 섞어주고 반죽을 퍼서 들어 올려 떨어트릴 때 뾰족한 삼각형 모양이 되어야 한다.

7. 반죽을 짜는 주머니에 담아 평철판에 3cm 전후로 일정하게 팬닝 하기. (팔꿈치를 바닥에 고정하고 수직으로 2cm 띄워서 움직이지 않고 짜준다)

8. 뜨뜻미지근한 물을 받아 팬닝 한 평철판에 슈반죽이 담길 만큼 물을 천천히 부어준다.

9. 손으로 반죽 꼭지를 눌러 평편하게 만들어주고 조심히 기울여 물을 따라 버린다.

10. 160/180도로 20분 구워준 후 180/160도로 15분 구워준다.

11. 식힌 후 젓가락으로 슈의 뒷부분에 구멍을 내서 커스터드 크림을 균일하게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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