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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Feb 15. 2023

14. 버터롤과 베이글
그리고 그리시니

오늘 알려드리는 빵 중에 버터롤과 베이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빵이다. 반대로 그리시니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그리시니에 대해 설명하자면 빼빼로 같이 얇고 긴 빵인데 초콜릿이 안 발라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삭바삭한 스틱으로 발효하여 오븐에 구운 이탈리아 하드계 빵이다. 밀가루에 물과 소금, 이스트를 함께 반죽하여 가늘고 길게 연필모양으로 구워서 만든 제품이다. 여러 곡물이나 향신료를 넣어 만든 건강식이며 와인과 함께 곁들여도 좋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초콜릿을 발라 11월 11일에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버터롤은 버터의 함량이 일반 빵보다 많은 빵으로 베이커리에서 오래전부터 판매되고 있다. 부드럽고 결이 좋아 아이들이 먹기에 좋으며 그냥 먹어도 고소하다. 베이글은 말을 탈 때 발을 디디는 제구인 등자를 뜻하는 독일어인 뷔겔(Bugel)에서 유래되었으며 반죽을 발효시켜 중앙에 구멍을 내고 원형으로 모양을 만들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오븐에 구운 빵이다.


베이글과 그리시니는 두께와 길이가 다르지만 일정 길이만큼 길게 성형을 한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베이글은 성형할 때 반죽을 둥글게 말고 끝부분의 이음매를 잘 봉해야 발효와 데치기 과정에서 링이 풀리지 않는다. 그리시는 한 번에 길게 밀지 않고 여러 차례 나눠 밀어야 표면이 찢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나온다. 두께와 길이가 일정해야 하며 반죽을 들어 팬닝 할 때 줄어들 수 있어서 약간 여유 있게 미는 것이 팁이다. 버터롤은 성형 시 덧가루를 너무 많이 바르면 반죽이 미끄러져 잘 밀리지 않을 수 있고 너무 얇게 밀면 롤의 결이 흐려질 수 있으므로 양쪽으로 3개의 결이 나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베이글을 제외하고 버터롤과 그리시니는 예비성형이 필요하며 성형이 어려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손에 익혀 놓으면 맛있는 소금빵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베이글도 활용도가 높아서 이용하기 좋은 빵이다. 그러나 이름도 모양도 낯설었던 그리시니는 나에게 애증의 빵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제빵 실기시험품목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지막 제빵 품목을 5개 배우지 못하고 제과 시험만 치른 뒤 제빵 시험은 3개월 후에 볼 수 있었다. 과연 오랜만에 보는 시험에서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기껏 배웠는데 시험을 한 번만이라도 봐보자는 생각으로 시험을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시험장 위에 올라와 있는 로즈마리를 보고 급격히 좌절했다. 많고 많은 품목 중에 그리시니가 나올 거라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완성품이 42개~43개를 만들어야 하는 제품으로 시간초과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었다. 당황한 마음에 물온도와 반죽의 상태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붙잡으며 반죽을 시작했다. 그리시니는 반죽기를 2단까지만 반죽을 하고 반죽온도가 27도까지 나와야 하는 제품으로 혼합하는 물의 온도 조절이 중요했다.


멍해진 정신으로 물의 온도 따위는 생각하지 못하고 반죽을 했더니 최종반죽온도가 25도가 나와버렸다. 고속으로 올릴 수도 없고 계속 돌려도 반죽온도가 오를 생각이 없어 보여서 포기하는 마음으로 반죽온도를 제출해 버리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1차 발효를 하고 둥굴리기를 하는데 아뿔싸. 분할한 반죽의 총개수가 41개였다. 내가 기억하는 제품의 수는 42개에서 43개였는데 반죽온도가 낮아서 인지 아니면 내가 계량을 잘못한 것인지 아무리 숫자를 다시 세어봐도 41개뿐이었다.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계속 숫자만 셀 수 없었고 중도 포기를 해야 하나 이대로 만들어서 제출만이라도 하고 가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변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성형을 시작하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다 이대로 포기하는 건 너무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3개월 동안 독학을 하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기왕 온 거 어떻게든 제출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성형을 시작하고 빵을 구워내었고 제과시험과 달리 여유시간을 남기고 제품을 제출할 수 있었다.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같이 빵을 배웠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며 41개 밖에 못 만들었는데 어떡하냐면서 울부짖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엉망진창 대환장 파티의 시험이었지만 41개여도 합격할 수 있었고 어떤 상황이 와도 중도포기보다는 끝까지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시험을 본 적이 몇 번 없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 두근거리며 공부를 하고 떨면서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관심 있고 흥미 있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제과제빵을 배워서 어디다 쓸 거냐고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빵을 만들 때 행복하고 즐거워하고 있기에 제과제빵 자격증을 딴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매 순간 느끼고 있다.


오늘은 베이글과 그리시니처럼 길게 성형하고 안에 초코크림을 채워 넣은 초코소라빵과 버터롤과 비슷한 소금빵을 만들어 보았다. 둘 다 내가 너무 애정하는 빵이라 자주 만들어 먹는 편이다. 초코크림대신 슈크림이나 쿠엔크림을 넣어도 정말 맛있다. 오늘도 나는 빵을 배워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초코소라빵과 소금빵 그리고 양파, 호두 베이글


<버터롤>

1. 반죽기 통에 강력분, 제빵개량제, 이스트, 소금, 설탕, 탈지분유를 넣고(설탕과 소금을 한쪽에 이스트는 꼭 반대쪽에 넣는다. 나머지 가루재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1단으로 15초 돌린다.

2. 가루재료가 골고루 분산되면 댤걀과 물을 넣고 1단으로 가루가 날리지 않을 때까지 돌려준다.

3. 2단으로 올려서 2분 정도 돌려준 후 버터를 반죽 바닥으로 넣어준다.

4. 2단으로 돌려 버터가 충분히 풀어지면 3단으로 올려서 최종단계까지 돌려준다.

5. 반죽을 조금 떼어내어 조심스럽게 펼쳐서 지문이 비칠 듯이 투명하고 찢어지지 않는다면 끝.(반죽온도 27도)

6. 반죽을 크게 둥굴리기 해서 볼에 담고 비닐을 덮어 50분 발효기에서 발효한다.

7. 3배로 부풀고 밀가루를 묻혀 손가락으로 반죽을 찔렀을 때 손가락 자국이 살짝 오므라들다 멈춘 상태까지 발효한다.

8. 50g씩 24개로 분할 후 둥굴리기 하고 처음 둥굴리기 한 반죽을 가져와 바로 고깔모양으로 예비성형을 한다.

9. 비닐로 덮어 15분 중간발효.

10. 처음 예비성형 한 반죽을 가져와 세로로 놓고 동그란 윗부분을 밀대로 밀어 바닥에 붙이고 왼손으로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당기면서 30cm까지 밀대로 밀고 위에서부터 돌돌 말아서 이음매가 바닥에 가도록 한다. (모두 비슷한 형태로 하기)

11. 이음매가 바닥으로 향하도록 평철판에 12개씩 사선으로 팬닝 한다.

12. 발효실에서 30분 2차 발효한다. (시간 말고 반죽을 살짝 눌러보고 바로 돌아오는지 확인하기)

13. 190/160도로 15분 구워준다. (11분에 돌려준다. 수시로 색 확인하기)



버터롤
버터롤과 비슷한 소금빵 성형과정


<베이글>

1. 반죽기 통에 강력분, 제빵개량제, 이스트,  소금, 설탕을 넣고(설탕과 소금을 한쪽에 이스트는 꼭 반대쪽에 넣는다. 나머지 가루재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1단으로 15초 돌린다.

2. 가루재료가 골고루 분산되면 식용유와 물을 넣고 1단으로 가루가 날리지 않을 때까지 돌려준다.

3. 2단으로 올려서 6분에서 7분 정도 돌려준다.

4. 반죽을 조금 떼어내어 조심스럽게 펼쳐서 지문이 비칠 듯이 투명하고 찢어지지 않는다면 끝.(반죽온도 27도)

5. 반죽을 크게 둥굴리기 해서 볼에 담고 비닐을 덮어 50분 발효기에서 발효한다.

6. 2.5배로 부풀고 밀가루를 묻혀 손가락으로 반죽을 찔렀을 때 손가락 자국이 살짝 오므라들다 멈춘 상태까지 발효한다.

7. 80g씩 분할 후 둥굴리기 한다. (살살, 덧가루 많이 쓰기)

8. 비닐로 덮어 15분 중간발효.

9. 처음 둥굴리기 한 반죽을 가져와 밀대로 밀어 가스를 빼고 4겹접기를 22~24cm로 만든다.(모두 비슷한 형태로 하기)

10. 이음매가 위로 향하도록 하고 한쪽 끝을 밀대로 밀어 펴주고 다른 쪽을 그 위에 올려 이어서 링 모양으로 만들어 준다.

11. 평철판에 8개씩 2판을 팬닝하고 2차 발효를 30분 한다.

12. 윗면 건조 후 물을 끓여서 한 개씩 뒤집어서 넣어 한번에 4개씩 5초 양면을 데친다.

13. 나무주걱 두 개로 한 개씩 꺼내어 다시 팬닝 한다.

12. 210/180도로 20분 구워준다. (11분에 돌려준다. 수시로 색 확인하기)


4겹접기 후 베이글 성형하는 방법


<그리시니>

1. 반죽기 통에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고(되도록이면 설탕과 소금을 한쪽에 이스트는 꼭 반대쪽에 넣는다. 나머지 가루재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돌린다.

2. 2단으로 올려서 5분 돌려준다. (반죽온도 27도)

3. 반죽을 크게 둥굴리기 해서 볼에 담고 비닐을 덮어 30분 발효기에서 발효한다.

4. 2배로 부풀고 밀가루를 묻혀 손가락으로 반죽을 찔렀을 때 손가락 자국이 살짝 오므라들다 멈춘 상태까지 발효한다.

5. 30g씩 42개로 분할 후 둥굴리기 하고 예비성형으로 길쭉하게 만든다.

6. 비닐로 덮어 5분 중간발효.

7. 처음 둥굴리기 한 반죽을 가져와 손으로 밀어 가스를 빼면서 막대형으로 35~40cm로 길이와 두께가 일정하게 만든다.(모두 비슷한 형태로 하기)

8. 평철판에 10~11개씩 4판을 팬닝하고 2차 발효를 10분 한다.

9. 210/180도로 20분 구워준다. (11분에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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