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만나는 꽃들은 인공미가 있다. 특히 관공서 근처 화단에는 많은 사람의 노동력이 가득 느껴지는 꽃들이 가득하다. 풀 한포기 없이 깔끔하고 가지런한 꽃들이 피어 있다. 너무나 고운 꽃들이라서 예쁘긴 한데 자연미가 부족하다. 도시의 화단과 화분에는 공해를 이기고 잘 자랄 수 있는 꽃을 심는것 같다. 주로 외래종 꽃이 많아서인지 꽃의 생김새도 모양도 낯설다. 가끔은 조화같이 여겨질 때도 있다.
인공미 가득한 꽃밭만 보다가 누가 보아주던 말던 화단에 아무렇게나 툭 피어난 듯한 꽃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어머, 얘가 누구야. 까만 까만 까까머리 까마중이다.”
꽃은 1cm 남짓하고 하얀 꽃이다. 가운데 암술과 수술이 노랗게 포인트다. 꽃만 핀줄 알았은데 동글동글 초록 열매도 달렸다.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까맣게 익어가고 있는 열매도 있다. 크기는 비비탄보다는 약간 크다. 직경 약 0.5cm쯤.
이름하여 까마중이다. 까마중은 까맣고 동들동글한 것이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그리 이름을 부른다. 약초로 쓰이며 강태라고 불리는 식물이다.
집근처 거리를 걷다가 상가 옆 화단에 하얀꽃이 달려있고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멈추어섰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시골 논두렁이나 밭두렁 혹은 밭에 채소들과 함께 자라던 꽃이다. 가끔 부모님 일손을 돕거나 친구들과 들로 뛰어다니다 심심할 때 따 먹던 열매다. 까맣게 익은 열매는 약간 단맛이 있다. 설탕의 단맛이 아니다. 심심하고 미적지근한 맛이라고 해야될것 같다.
부모님이 독성이 있다며 먹지말라고 하던 식물이다. 어릴때는 까마중이 어디에 어떻게 효능이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몰랐다. 어린시절에는 그저 들에 핀 잡초에 불과했다.
어머니는 가끔 산과 들에서 식물을 채취했는데 까마중도 약제로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용했을 듯 한데 정확하게 어떤 약초를 캤는지는 모른다. 병원이나 약국을 가면 되는데 왜 어머니는 사서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저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쯤으로 여겼다.
요즘은 야생화와 야생초들이 신토불이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까마중은 안토시아닌이 많아 혈액순환과 눈건강에도 좋다고 하여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제로 쓰이기도 한다.
시골에서 만나던 까마중이 서울 한보간 상가옆에 자리를 잡았을꼬?
까마중의 효능을 알아보고 건강식품으로 혹은 약제로 쓸려고 어느 누가 심었는지 모르겠다.
한번 눈에 띄기 시작한 까마중은 도서관 화단에도 피었고, 학교 담장너머에도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도 만났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까마중이 많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라고 여겼는데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라는 식물이다. 어디선가 날아왔던지 누군가 심었던지 까마중이 제법 눈에 띄는 것이 그지없이 반갑기만하다.
도시 화단에 무심한 듯 핀 까마중(강태)
까마중은 가짓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높이는 20∼90㎝(길게 자라는 경우는 1.5m정도로 자란다)로 옆으로 많이 퍼지며 원줄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로 뻗어서 자란다. 자라는 모습은 고추와 비슷하다. 잎은 어긋나고 계란모양으로 둥글고 길이 6∼10㎝, 너비 4∼6㎝로 자란다.
잎사귀 모양은 고춧잎을 닮은 듯 한데, 고춧잎보다는 크고 거칠고 구불구불하다. 고춧잎보다는 뒷면에 털이 있고 덜 반질 거린다.
꽃은 5~9월에 피며 크기는 1~1.5cm로 작고 하얀 꽃이다. 하얀꽃 안쪽에 노란 암술1개와 수술 5개가 있다. 화서(꽃이피는 순서)는 잎보다 위에서 나오고, 잎과 잎 사이 줄기에서 꽃자루가 나온다. 꽃은 꽃자루에서 3~8개가 산형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과 화관은 각각 5개로 갈라지며 암술 1개와 수술 5개가 있다.
꽃모양이 어찌보면 고추꽃이나 토마토꽃을 닮기도 하고, 가지꽃(가지꽃보다는 작은 하얀색)을 닮은 듯도 하다.
열매는 장과(漿果 씨가 많은 열매)로 둥글며 7월부터 검게 익는다. 까마중은 우리나라 어느 시골에나 가면 길가나 밭에서 볼 수 있다. 열매는 단맛이 나지만 약간 독성이 있다.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킨다.
어린잎을 삶아서 나물로 먹는데, 쓴맛이 우러나도록 우려서 먹어야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필자는 어릴때 까마중을 나물로 먹은 적이 없다. 독성이 있다고 하여 어른들이 먹는 것을 금했다. 어린순을 데쳐서 충분히 쓴맛이 우러나도록 우려서 먹어야 한다. 까마중 나물을 먹어본 적은 없다. 부모님이 먹지말라고 저어한 까닭이다.
까마중은 알칼로이드인 솔라닌을 함유하고 있어 전초를 한약제 해열·이뇨·피로회복제로 약용한다. 민간요법으로 생풀을 짓찧어 병이나 상처 난 곳에 붙이거나, 달여서 환부를 닦아낸다.
어릴 때는 쑥을 찧어서 지혈목적으로 상처에 붙이곤 했지만 까마중을 사용한 적은 없다. 산야초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던 시골에서 자라면서도 뭐가 뭔지 모르고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