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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현 May 28. 2024

03. 두경부암 환자의 건강 관리

먹고, 마시고, 말하고. 당연한 줄 알았던 소중한 것들

[오케이 한방병원 한의사 오지현입니다]


<강의 리뷰+>


이번 강의에서는 Bob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Bob은 61세 남자 환자로, 1년 전 HPV 양성 구인두암 진단을 받았어요. 피딩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다가 최근에는 연한 음식 섭취가 가능한 등 점차 회복 중이지만, 아직 음식 맛이 나쁘게 느껴지고 체중 유지가 어려운 상태이지요. 구강인두부의 방사선요법은 연하 곤란과 구강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Bob이 느끼는 피로감은 어쩌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일 수도, 기분 장애 때문일 수도 있어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에 관한 티칭과 매년 갑상선 자극 호르몬 농도 검사가 권장되며, 우울이나 불안과 관련된 심리적 지지요법이 필요합니다.




<강의 너머+>


먹고, 마시고, 말하고. 당연한 줄 알았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요?


두경부암의 발생 빈도는 갑상선암을 제외하고는 낮은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두경부 암 생존자의 자살 위험도는 일반 사람에 비해 3배 이상 높습니다. 생소하기 때문에 더 막막하고 무섭게 느껴진다는 두경부암. 두경부암 경험자들이 어떤 특수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내면 되는지,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글을 시작해 봅니다.

두경부암은 머리와 얼굴, 목 부위 내에 발생하는 암으로, 구강암, 비인두암(비강, 코 뒤 인두의 윗부분), 구인두암(입의 뒷부분, 편도선을 포함한 인두의 중간 부분), 하인두암, 침샘암, 갑상선암 등을 통칭합니다. 일반적으로는 흡연과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구인두암의 경우에는 특히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 관련이 70%를 차지하는데요. 다행히 HPV 양성인 구인두암은 HPV 음성인 구인두암보다 예후가 더 좋습니다.

모든 암을 경험하는 과정이 힘들겠지만, 두경부암은 병소가 갖는 1) 해부학적, 2) 기능적 특수성 때문에 특히 더 힘듭니다. 

1) 두경부암의 치료 과정에서는 외부로 가장 잘 드러나는 얼굴과 목 주변에 수술 흉터나 화상 자국이 생기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기 일쑤이고, 심지어 방사선 치료를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도 안쓰럽게 쳐다본다고 초라함이나 비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2) 먹기, 말하기, 숨쉬기 등 일상적인 생활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모두 제한을 받아요. 씹고 삼키는 동작이 어려워지면서 튜브를 이용하여 영양을 공급받기도 하고, 발음이 잘 안 되는 등 말이 어눌해지면서 휴대폰이나 메모장을 이용하여 의사 전달을 하기도 하지요. 병소가 호흡 기관에 인접한 부위인 경우에는 호흡이 방해받기까지 합니다. 숨이 막혀도 말을 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공포심이나 두려움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조차 어렵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최소 침습 치료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고, 아래에서 제시하듯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한의 치료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사선 치료 후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구강건조증을 겪게 됩니다. 타액은 생각보다 중요한 기능을 많이 맡고 있어요. 입 마름은 맛의 변화를 일으켜 식이 선택이나 식욕에 영향을 끼치고, 수면이나 구음 장애, 치아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죠. 방사선 조사 전에 타액선 세포 보호제인 아미포스틴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잠재적인 부작용을 동반하여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는 없어요.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침 치료예요. 혈자리의 침 자극은 이하선 근처의 국소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타액에 있는 VIP(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와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협거(ST6), 승장(CV24), 염천(CV23), 합곡(LI4), 족삼리(ST36), 삼음교(SP6), 이침(신문, 영점) 혈을 응용한 침 치료와, 자음생진의 효능을 가진 한약 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목 어깨가 결리는 통증, 피로, 체중 감소, 우울, 불안 등 다양한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데요. 혼자서 끙끙 앓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주변 가족과 의료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아요. 


진료를 하다 보면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공통적으로 받게 됩니다. 두경부암 환자라고 해서 특별한 식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적절한 양의 단백질(100그램 정도의 삶은 고기, 생선 한 토막, 계란 한 알)이 포함된,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충분하죠. 다만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있으므로 국물이나 액체류는 천천히 먹어야 하고,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보다는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레퍼런스>

1. 연관 강의 : 코세라 강의 Health After Cancer _ case 2.
2. Pfister DG, Cassileth BR, Deng GE, Yeung KS, Lee JS, Garrity D, Cronin A, Lee N, Kraus D, Shaha AR, Shah J, Vickers AJ. Acupuncture for pain and dysfunction after neck dissection: results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Clin Oncol. 2010 May 20;28(15):2565-70.
3. Meng Z, Kay Garcia M, Hu C, Chiang J, Chambers M, Rosenthal DI, Peng H, Wu C, Zhao Q, Zhao G, Liu L, Spelman A, Lynn Palmer J, Wei Q, Cohen L. Sham-controlled, randomised, feasibility trial of acupuncture for prevention of radiation-induced xerostomia among patients with nasopharyngeal carcinoma. Eur J Cancer. 2012 Jul;48(11):1692-9. 
4. Matovina C, Birkeland AC, Zick S, Shuman AG. Integrative Medicine in Head and Neck Cancer.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17 Feb;156(2):228-237. 
5. 류민. 두경부암 환자의 질병 경험에 대한 해석 현상학적 분석 연구. 고신대학교 대학원 간호학박사 학위논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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