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14화를 다른 카테고리에 잘못 올려서, 그대로 연재 브런치북에 14화로 다시 올렸으니 참고 바랍니다.
14화에서는 치미병의 양생법으로 고치법을 소개했습니다. "위아래 치아를 살짝살짝 부딪치고, 침을 조금씩 삼킨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조금 더 자세히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방법과 주의점
첫째, 입을 살짝 다물고 턱에 힘을 뺀 채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편해지라고 하는 양생법인데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된 채로 하면 안 되겠지요. 가볍게 양 입술을 붙인 상태에서, 위아래 치아만 부딪치는 것입니다. 치아를 부딪치는 횟수나 세부적인 방법들은 조금씩 다른데요. 예를 들어 동의보감에서 봄철 아침에 동쪽을 향해 앉아 치아를 3번 맞부딪치면 간계통을 수양하는 데에 좋고, 여름철 맑은 아침에 남쪽을 향해 앉아 치아를 9번 맞부딪치면 심계통을 수양하는 데에 좋다고 하지요. 제가 환자분들께 티칭 할 때는 아침에 눈떠서 혹은 하루 중 편할 때에, 처음에는 10회 정도부터 시작하여, 30회 정도까지 늘리도록 추천하고 있습니다. 치아가 손상되지 않도록 지그시 깨물면서, 머리로의 진동과 딱딱 소리가 약간 느껴지도록 강도 조절을 해야겠지요.
둘째,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아침에 하 내가 지금 더 건강해지고 있구나, 나의 뇌가 자극되고 있구나, 오늘 하루도 더 나은 하루가 되겠구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습니다. 고치법은 단순히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양생법이 아니라 전신 건강, 정신 건강으로 확장되는 양생법이기 때문이지요.
셋째, 마무리로는 치아와 잇몸을 혀로 쓰다듬어 침을 모아서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회진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사실 이 침, 즉 타액의 분비 촉진이 바로 고치법의 핵심이지요. 입술은 여전히 맞붙여 닫은 채로, 혀를 입 안에서 돌려 침을 충분히 만들고, 치아와 잇몸을 부드럽게 훑어 모아 세 번에 나누어 삼킵니다. 참고로 숫자 3은 동양의학에서 정기신, 상중하 단전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효능과 원리
叩齒聚神 ... 華池水生, 神氣滿谷, 便當大漱嚥下, 納入丹田, 以補元陽
동의보감 신형편에서는 "치아를 맞부딪쳐 신(神)을 모은다. ... 입에서 침이 생겨 신기(神氣)가 가득 차면, 곧 입안에서 크게 돌려 삼킨 후 단전으로 들여보내 원양(元陽)을 보한다."라고 나와있어요. 동의보감에서 神을 설명하는 구절들을 보면, 신은 우리 몸의 주재자로, 신이 왕성하면 건강하고 병이 적고, 눈과 귀가 총명하고 늙어도 건장하다고 합니다.
凡叩齒爲抽一身之弊氣, 漱泉爲補益六腑至精
의방유취 오장문에서는 "이를 부딪친다는 것은 전신의 부정한 기운을 제거하는 것이며, 침을 삼킨다는 것은 육부의 지극한 정(精)을 보충하는 것이다."라고 쓰여있어요. 한의학에서 침(타액)은, 정(뇌를 보익)을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지요. 참고로 의방유취는 세종 때 집현전 학사들이 시작하여 성종 때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찬의서입니다. 관찬의서란 당대 의서의 지식을 총집합한 뒤 국가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우리나라 한의학만의 고유한 특징인 양생의학이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이 전통이 동의보감에 계승되었다고 합니다.
Jaw-tapping movement could be a useful exercise for improving memory and cognitive function
고치법 시행 전후에 뇌기능 영상을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고치법 훈련(하루 두 번 30초씩, 총 4주간 매일) 후에 건강인군과 경도인지장애군 모두에서 뇌활성이 증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n-back task에서의 정확도도 상당히 증가하였는데요. 이는 고치법 훈련이 실제로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요.
mastication has proved to be effective in conducting huge amount of sensory information to the brain, and maintaining learning and memory functions of hippocampus
예전에는 씹어 삼키는 동작을 소화와만 연결시켰는데, 최근에는 인지기능과의 관련성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종종 보입니다. 2018년 일본 치과학 연구에서도, 씹기가 많은 양의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고, 해마의 학습 및 기억 능력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하였지요. 자발적으로 이를 맞부딪쳐 씹는 저작 활동은, 구강에서 중추신경계로 감각 입력을 전달하고(neuronal pathway), 타액선에서 여러 성장인자를 증가시키기(humoral pathway) 때문이지요.
3. 박숙현. “조선 최대 의학지식 DB인 ‘의방유취’… 양생의학 전통 이끌어”. 민족의학신문. 2023.10.16. https://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7452
4. Cho, S. Y., Jahng, G. H., Rhee, H. Y., Park, S. U., Jung, W. S., Moon, S. K., ... & Park, J. M. (2014). An fMRI study on the effects of jaw-tapping movement on memory function in elderly people with memory disturbances.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6(1), 90-97.
5. Krishnamoorthy, G., Narayana, A. I., & Balkrishanan, D. (2018). Mastication as a tool to prevent cognitive dysfunctions. The Japanese dental science review, 54(4), 169–173. https://doi.org/10.1016/j.jdsr.2018.0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