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상당히 주관적임.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에는 보통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순수한 즐거움으로 시도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즐거움을 맞닥뜨리는 계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요가를 처음 하게 된 계기는 예전 처음 헬스를 배우던 무렵에 친구가 1일 수업 체험권을 줬던 것이다. 당시 처음 경험한 요가는 유연성이 강점인 나와 잘 맞는 운동 같았고, 한 차례 수업 등록을 해보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금전상의 문제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올해 또 다른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심심해서.'
심심해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격렬한 운동은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잠깐 배웠던 필라테스, 자이로토닉을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해서 검색을 시작했다. 1:1 필라테스, 자이로토닉을 다시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강사님과 1:1로 진행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사회적 관계가 묘하게 불편했다. 그렇다고 그룹 필라테스 수업을 알아보려니 아직 몸을 쓰는 법을 모르는 채로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고 또 필라테스 센터의 수업 퀄리티가 보장될지가 의문이었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수업을 처음 몇 번 하면서 사실 지루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말하는 것처럼 생각이 정리가 되거나 불안, 걱정이 줄지 않았다. 요가 동작(아사나 asana)을 하면서 오히려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고, 아쉬탕가 수업이나 난이도가 있는 빈야사나 하타 수업할 때 외에는 요가 때문에 오히려 많은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부끄럽지만 템포가 많이 느린 수업에서는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런데 3주 정도 수업을 들었을 무렵 예상치 못했던 소득을 얻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불면증 완화다.
머리만 대면 잠들던, 숙면이 특기이던 내가 어느 순간 잠에 잘 못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가를 만난 후 다시 머리 대자 마자 잠드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하나 얻은 소득은 비염 증상 완화이다.
원래 봄, 가을철만 되면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변화로,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요가 외 다른 운동도 꾸준히 하기 시작했기에 요가의 효능이 아닌 전반적인 전신 컨디션 호전으로 인한 효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명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가 수업 때 하는 명상 시간에 여전히 나는 집중하지 못한다. 강사님 몰래 눈을 떠서 요리조리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저분이 입은 상의가 예쁘다!' '저분은 등과 어깨 근육이 상당히 멋지시다.' 여전히 잘 못하지만 관심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명상이라는 제목에 끌려 밀리의 서재에서 '명상하는 글쓰기'라는 책도 읽기 시작했다. 요 며칠 새 글을 쓰면서 고민과 생각이 정리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이 더 도움이 될지 알아보려 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 괴로우신 분들. 몸을 움직이고는 싶은데 무게 치기나 근육량의 급격한 증가가 목표는 아닌 분들께, 한 번쯤은 시도해 보시기를 강력 추천한다.
(다만, 몸 컨디션에 따라 특정 동작은 주의해서 하자. 나의 경우 상체가 앞으로 굽어지는 자세('고양이 자세')에서 허리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해서 하고 있다. 무게 부하가 없는 맨몸 운동을 할 때 뒤로 젖히는 동작보다 앞으로 굽히는 동작에서 척추 디스크가 튀어나오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