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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생각

왜 수영하고 오면 생각이 많아요?

by 코코맘 Jan 22. 2025

나는 꼰대(?)라 '의학'이 신성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장 경제의 논리가 비집고 들어오는 게 싫었다.)

모든 것은 교과서와 근거 논문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근거는 과학적이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기술 또한 더해지기에 ‘의학‘은 (존경하던 교수님의 말씀대로) ’art'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료도 재화를 지불하는 자에 대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하나일 뿐인지 모른다는 걸 깨닫고 괴로웠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딘가에서 '돈=재화'를 제공받고 있다면 나는 응당 '다른 재화 = 물건' 또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내가 제공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가 맞다. 그걸 모르고 있었던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최선을 다하는 거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달까.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지불 능력이 되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더 높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만이 더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그냥 있다. 아니 높은 기대를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 사람 몸은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하고 각자의 오래된 몸 상태와 한계랄 게 있어서 모든 게 intervention 하는 만큼 잘 풀리지 않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되는 것은 당연하고 혹여나 잘못되면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마저 지게 되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먹고사는 사람은 많다. 각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잘 풀릴 때는 업무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하고 잘 안 풀릴 때는 속상하기도 할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 즉 의학적인 사실과 근거를 통해 밝혀진 실체적 '진실'로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가끔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일이 풀리지 않기를 의도했거나 아주 대단하고 개념 없는 실수를 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보는 건지, 감정적으로 몰아가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든 사회 현상은 물과 같다 생각한다. 돌을 던지면 그 파동이 물 분자가 있는 모든 곳으로 전달된다 (파동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물 분자와 조금 다른 점은, 파동 에너지의 전파 방향과 반대되는 생각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모이면 파동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나를 좌절시켰던 것은,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내가 지불받는 재화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걸 정말 너무 늦게 알았다는 점이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좋고, 내가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 (똑똑하고 유능한)이 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내 집도 갖고 싶고, 내 아이에게 나 때보다는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더라고. 그리고 거기에 '돈'이란 게 필요하더라고. (왜 아무도 안 알려주셨어요?)


이 글의 요지는 '글 쓴 사람이 얼마 전 속상한 일이 있었다더라.'라는 서술일 뿐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미세먼지가 덜한 것 같더라.'와 다를 바가 없는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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