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시도 어려운 거 실화냐
좋은 브랜드 헤드폰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 친구의 이야기를 길 가다 들었다.
그 친구가 가진 돈, 가정환경에 대해 알 수 있는 바가 전혀 없지만,
그래서 함부로 생각하는 건 당연히 어불성설이겠지만
얼마 전 읽었던 '가난한 사람일수록 최신 휴대폰, 비싼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라는 누군가의 문장이 문득 생각났다. (블로그나 스레드에서 봤던 것 같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온라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논리였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은 사람일수록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건, 정확한 통계를 본 바 없으나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제 대중교통 안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 목소리가 크고 어투가 나에게는 다소 난폭하여 본의 아니게 계속 듣게 되었다. 거친 말투로 상대와 다소 투닥거리며 본인은 SNS 동영상을 제작하여 돈을 벌 수밖에 없다 하였다. (실제 말씀하시는 내용은 다소 과격했으나 남의 말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생각되어 내 나름대로 다듬어 본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네이버 클립과 같은 플랫폼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상이 조회수를 올리며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모으게 하고, 그 시선과 시간을 광고의 장으로 바꿈으로써 돈을 번다. 또는 구독권을 결제하게 해 돈을 번다. 결국 이런 콘텐츠 플랫폼은 노동자의 4대 보험을 부담할 의무 없이 콘텐츠 제작자를 기용하고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꼴이 되는 거다. 영상 콘텐츠 밖의,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의 실제 삶은 어떨까. 어떤 가치관을 갖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인플루언서’라는 넷플릭스 예능도 떠올랐다.
숏폼에 나왔던 노래가 어느 날 머릿속에 맴돌면, 문득 두려워진다.
책을 많이 읽어 차분하고 생각이 정돈된 근육탄탄 할머니가 되는 게 나의 꿈인데, 책 읽는 할머니 대신 숏폼 보는 할머니가 되면 너무 슬플 것 같거든.
그런데 요즘의 플랫폼들은 얼마나 정교하게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1-2시간씩 사라지는 걸 보면 무섭다.
이 글마저 아이패드로 쓰고 있는 건 모순이지만, 그래도 오늘도 디지털 디톡스를 다짐해 보련다. 오늘은 넷 세상 말고 추운 세상에서 시간을 좀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