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대도시가 그렇듯 서울에도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한식부터 시작해 중식, 일식, 이탈리안, 스페니쉬, 인디언 그리고 베트남 쌀국수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음식 등등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다. 아무리 파스타가 맛있어도 한국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서울의 한식식당들은 나의 음식에 대한 열정이 향하는 곳이다. 서울에서 벗어나 국내 시골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조미료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찐' 한국 음식들을 접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야채부터 수산물 그리고 고기까지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 신선하고 부드럽다. 그러다 보니, 가끔 서울에서 먹게 되는 한식 특히, 국밥이나 추어탕, 해물이 들어간 찜, 탕 종류 그리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먹던 맛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같다. 물론, 고기의 경우 서울에서도 그만큼의 값을 지불하면 된다지만, 서울의 젊은 청년들과 가정들에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서울에서 소 한 마리를 시켜서 4 명의 가족이 먹는다 했을 때 후식과 음료까지 합쳐서 기본 17-23만 원 정도가 나오는 걸 보면, 결코 한 끼 식사로 여러 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한국은 먹을 것이 넘치는 곳이다. 특히, 서울은 서울의 재례시장부터 시작해서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학가 곳곳에 있는 포장마차 길거리 음식과 다양한 분식점 그리고 직장인들을 겨냥한 밥집과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기사식당, 해외에서 들여온 각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그리고 고급 일식, 중식 스테이크 그리고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밖에 나갈 필요도 없다. 집에서 오마카세는 못 먹어도 꽤 괜찮은 초밥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늘어난 배달앱 사용은 이제 서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앱이다.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와 배달비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퇴근 후 시켜먹는 보쌈과 반반 치킨은 하루의 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이 이렇게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소비하고 그것을 배출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다이어트 보조제와 해독 주스 그리고 운동에 수많은 돈을 지불한다.
나도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회사 근처의 맛집을 검색하고, 퇴근 후에 무엇을 먹을지 상상하며 퇴근시간을 버티는 그런 삶을 조금은 겪어봤다. 적어도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나에게는 무엇을 맛있게 먹는 것이 인생에 큰 행복 중 하나였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이어받은 소식좌 루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현재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이다. 원래 저녁을 안 드시는 부모님과 오랜 시간 같이 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저녁을 가볍게 먹거나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경우 저녁을 먹지 않았다. 특히, 혼자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주기적으로 찾아왔던 외로움이란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밤늦게 파스타를 열심히 먹다 보니 5kg이나 쪄버렸고, 그 살을 한 달 동안 한 끼를 먹으며 독하게 뺀 후로는, 강도 낮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저녁을 적게 먹는 것이 몸에 베인 상태였다. 하지만, 저녁이 매우 중요한 남편과 저녁 데이트를 하며 한 번 두 번 저녁을 거하게 먹고 나니 또 그것이 내 몸의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석사 과정 논문을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에 몇 시간씩 앉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먹고 앉아서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급속도로 7kg이 쪄버렸다. 평생 매우 날씬한 체격이었지만 그렇게 급격하게 뱃살과 엉덩이 허벅지가 늘어나더니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이 맞을 리가 없었다. 우울감이 늘어났지만 급한 대로 빨리 졸업을 해야 했기에 살은 나중에 빼자!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1년 동안 논문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끝마치게 되었지만 이미 8kg 정도 쪄버린 몸을 원상태로 돌리기엔 늦어버린 듯했다. 큰 의지가 필요했으나, 문제는 그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 조절을 시작해서 2-3kg 주는 듯했으나 조금만 운동을 멈추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다시 돌아왔다. 더 큰 문제는 웨딩 촬영을 앞두고 였다. 사진이야 포토샵으로 해결된다 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빼고 싶어서 매일 집에서 자전거 타기를 했다. 저녁도 먹지 않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든든히 먹은 후 하루에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타기 시작하니 다시 부기가 빠졌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의지를 가지고 몸을 관리하던 열정이 되돌아 오지는 않았다. 2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해야 할 것이 더 많았다. 신경 써야 할 것들과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내 몸에는 관심을 덜 두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돈을 들여 마사지를 받고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고 비싼 발효차를 마셔도 내가 의지를 발휘시켜 움직이지 않으면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 사실, 미적은 목적보다 젊은 날을 조금 더 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살고자 하는 목적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나 스스로 열심히 몸 관리를 해도 인간의 생로병사에 답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내 몸을 관리하는 건 나 자신이다. 음식을 사 먹고 해 먹고 시켜먹으며 지출한 비용과 그렇게 축적된 지방을 제거하기 위한 시간적,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비용을 합친다면 비싼 명품백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허탈했다. 서울에서의 바쁜 삶과 정신적 피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먹는 것으로 풀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던 것은 좋았으나, 어느 순간 몸을 움직이는 것에 소홀해진 것이 너무나 후회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내 지방과는 별개로 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었다. 내 몸속의 많은 것들을 비우고 싶었다. 그렇게 디톡스와 비건들의 음식을 흥미롭게 찾아보게 되었다. 단지 음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비건과 베지테리언들의 식습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시의 삶은 '폭식'과 '낭비'의 삶이다. 매일매일 샤워를 10분 이상 하며, 빨래 3-4가지만으로도 세탁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켜놓고 창문을 열어 놓는다거나, 배달 음식이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양 그리고 개발을 위해 사라지는 수많은 나무들 등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몸의 편리함을 위해 우리가 낭비하는 물질과 자연의 낭비를 일삼는 인간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비워냄을 실천하고 싶어서 유명 비건 인플루언서들의 가벼운 식단과 라이프 스타일들을 흥미롭게 찾아보았으나, 여전히 지키지 못한다. 평생 살아온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집에서 그것도 한국 가정에서 비건 식단을 해 먹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비건의 수와 비건 관련 식당,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은 런던이었고, 그다음이 뉴욕이었다. 영국에서는 이미 비건 관련 식품 사업과, 비건 인플루언서 그리고 비건 음식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수많은 식당과 카페가 있다. 서울에도 비건 관련 식당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비건 관련 사업들도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상수역에 위치한 한 비건 카페에서 먹었던 토마토 수프가 내 인생 토마토 수프였던 것만 해도 얼마나 비건 음식이 일반 음식들만큼 맛있고 건강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토종 한국 음식에 들어가는 많은 육수와 기본 재료들이 고기와 해산물을 필요로 하기에, 한국에서 비건이 되는 건 정말 큰 의지와 이유가 필요하다.
음식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은 먹방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맛집을 탐방하며 식당과 카페를 소개하고 음식 먹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 선진국으로써, 비디오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식당을 소개받기도 하지만, 남이 먹는 것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먹방에 관련해서는 주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는 듯하다. 첫째는, 다이어트 및 건강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누군가를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거나 둘째로는, 남이 먹는 것을 왜 봐야 하냐며 역겁다는 반응이다. 나는 먹방 방송을 좋아한다. 최근에 빠져 있는 방송은 가수 성시경 님의 찐 맛집 로드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소재한 정말 찐 아재 입맛을 집에서 누워 아이패드로 구경할 수 있는 건 큰 즐거움이다.
서울 사람이 먹는 음식은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이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뭘 먹는지도 모르고 습관처럼 먹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바쁘니깐. 일단은 먹기 쉬운 음식으로, 내 몸보단 내 정신보다 일단 마음과 몸의 허기를 채우고 나면 끝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그 채워진 것을 비워내기 위해 많은 돈과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 이것이 서울 사람들의 아이러니함이다. 시골 밥상을 좋아하는 것은 , 물론 '시골 밥상'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구첩반상이 나오는 식당도 많지만,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시골길에 위치한 시당들을 가다 보면 아주 정갈하지만 아주 간단한 찌개와 반찬 그리고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다. 이런 건강한 음식을 먹고 나면 속도 편안하고 기분도 좋다.
서울에선 다양한 술도, 다양한 디저트도, 다양한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만큼 몸이 상하기도 쉽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는 하루하루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 하루를 이천 원 삼천 원으로 때우는 것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도시에 가득한 반면, 우리는 하루에 몇만 원씩 써가며 무언가로 허기를 채우고 그것에 몇 배가 되는 돈을 써 살을 뺀다. 그냥 이러한 끊임없는 넣고 빼고의 관계가 조금은 껄끄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