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서울

나는 그렇게 몇 번이나 서울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by LenaMilk

나는 몇 번이나 서울에 이별을 고했는지 모른다. 지긋지긋한 장마 기간을 지나며, 회색 건물 바라보며,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생을 마감해버린 얼굴 모를 이들의 기사를 읽으며, 그렇게 서울에 몇 번이나 작별을 고했다.


서울을 생각하면 양가적 감정이 든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니 그럴 수 밖에는 없지만, 결코 서울을 사랑만 할 수는 없더라. 적어도 나는 그렇다. 서울에서 사는 게 얼마나 복된 것이며, 서울이 얼마나 편리한 곳인지 잘 알지만 이곳이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끝이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서울의 불편한 점, 서울의 어색한 점, 서울의 답답한 점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내가 사는 동네인 연남동만 하더라도 그렇게 유명한 연트럴 파크 옆으로 아파트 혹은 상가가 나란히 서있다 보니 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게이트(gate)'가 어색하게 공원과 이어져 있다. 그리고 가끔은 답답한 느낌까지 든다. 양 옆으로 건물들이 즐비하고 있으니, 도심 속의 공원이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연트럴 파크를 사랑한다.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홍대역 출구와 가까운 공원은 항상 사람이 많지만, 뒤로 갈수록 여유롭다. 주로, 그 지역 직장인들과 그곳에 사는 연남동 주민들이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아이들을 산책시키거나, 나처럼 그냥 멍 때리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밖에 없다.

서울 사람들은 차가운 듯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서 살펴보며 마음만은 환하게 웃고 있다. 그 따듯한 마음은 도움을 청하는 낯선 이를 도와주기도,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드리며 물 한잔 건네기도, 가스 검사를 나온 아주머니께 시원한 콜라를 손에 쥐어주기도 하는 그런 시민들로 가득 차다.

진담 반 장난 반으로, 한국은 정치인들만 빼면 살만한 곳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 시끄럽고 무능한 정치인들만 없으면 한국은 조금 더 살만할 것이다. 동감이다.

아직도 서울을 떠나는 상상을 하다가도, 4계절의 색을 입으며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다 보니 다시금 나의 고향이 정겹고, 작지만 재밌는 공원에 앉아있다 보니 늦은 저녁에도 이렇게 안전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몇 개나 될까 싶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받는 걸 보니 한국인 특유의 '열심히' DNA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서울러들의 치열한 하루하루를 머굼은 서울은 언젠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서울에서 하루하루 치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이기심이 싫었다.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누구나 백화점 VIP를 꿈꾸는 허황된 꿈을 꾸는 이곳의 삶이 싫었다. 돈만 있으면 제일 편한곳이 한국이란 말도 싫었다. 이런 비인간적인 뉴스들을 보는 것도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애증의 도시인 서울을 조금 더 음미하며 탐색하는 수 밖에. 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차곡차곡 사랑하는 것들을 더 사랑하고 살다보면, 언젠간 나의 삶도 사랑만 남고 씁쓸한 양가적 감정은 지워지지 않을까.


저와 같이 서울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안녕 서울! 오늘도 내일도 아침이 오면 조용히 마음으로 외친다.

안녕, 서울! 오늘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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