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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Jul 25. 2024

그냥 사랑만 많이 해주세요

내 자식이 그들의 자식을 기르는 방법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손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얘기다.  “나는 너희들을 저렇게는 키우지 않았다” 는 식의 “나때”를 자주 꺼내든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돌봐달라는 자식들의 요청이 없어도 손주들을 돌봐주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매일 아들과 딸 집으로 출퇴근한다.


할아버지는 딸손주들이 태어나기 몇 해 전에 은퇴하셨다. 마땅히 소일거리가 없던 차에 손주들이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이 맛있다고 하면 손주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모습이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식탁에서 손주들이 식사에 집중하지 않고서 주위가 산만하면 할아버지 눈에는 도대체 애들이 밥을 먹은 건지 장난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이를 지켜보다 참지 못한 할아버지가 손주 엄마에게 한마디 던진다.


애들이 식사시간에 저토록 주위가 산만해도 되는 거야?

그냥 놔두세요. 배가 고프면 먹겠지요

오늘만이 아니다 식사시간이면 늘 저렇게 떠들고 장난질이야

본인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데 낸들 도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애들은 부모가 배고프지 않도록 먹여 둬야지 그리고 식사예법도 가리켜야 해

아빠! 그래서 막냇동생이 식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다고 윽박질러서 우는 애에게 억지로 밥을 먹였어요? 그러니 억지로 삼킨 음식물을 토해내잖아요


할아버지의 “나때”가 딸 앞에서 멋지게 한방 얻어맞는 순간이다. 어려서부터 엄하게 교육을 받았던 할아버지의 생각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옛것 그대로다. 오히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옳고 그름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딸의 교육을 지적하기까지 한다.


오늘은 아파트 앞에 배달된 물건들을 지적하신다


어미야,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배달이 오던데 뭐가 그리도 살게 많지?

다 필요하니까 사지요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저축하여 빨리 내 집도 장만하고 애들 교육준비도 해야지?

아빠, 저의들도 다 미래를 걱정하고 있어요

걱정만 해가지고는 안된다. “나때”는 봉급의 30%를 저금 후 나머지로 생활비를 쪼개어 썼다.


저의세대는 집을 장만하는 게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의 삶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냥 믿고 지켜봐 주세요. 손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애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저는 엄마, 아빠의 권유로 간호사가 됐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도 골프를 치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저는 저들을(자식들) 좀 더 자유롭게, 틀에 얽매이지 않게 키워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멋대로 살게끔 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생각과 선택이 그들의 몫이 되게 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엄마, 아빠가 애들을 돌봐주기 위해서 저의 집에 와주신것운 감사하지만 애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시고 사랑만 많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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