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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드로잉 Aug 21. 2023

Epi.10 마음의 꽃

꽃이 자라려면

해가 뜨려면 아주 멀은 새벽, 수지는 잠이 오지 않아 공방으로 출근했다.

은은한 보름달이 공방의 창문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 앞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강아지의 털은 새햐얬고, 어두운 밤에 까만 점 3개, 눈 코 입이 보였다.

“안녕, 넌 누구니?”

강아지는 수지를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강아지의 눈은 새벽에 뜬 달만큼 빛나고 있었다.

“아휴,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를 누가 버린 거야….”

시원한 공방으로 강아지를 들여보내니, 강아지는 긴장이 풀렸는지 눈망울에 커다란 눈물이 고였다. 주인을 잃어버려 마음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수지는 강아지의 불쌍한 눈물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수지는 잠시 강아지를 키우기로 했다. 그의 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수지는 포근한 강아지옆에서 뜨개질 작품을 완성하니 시간이 금방 갔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 유리의 출근시간이 됐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어~ 이 귀여운 강아지는 뭐예요..? 너무 귀엽잖아.. 꺄아!”

“아 오늘 출근할 때 공방 앞에 버려져있더라고. 가만두기 안쓰러워서 데려왔어.”

“어머~ 이렇게 귀여운 애를 왜 버렸지? ”

강아지는 유리의 과한 리액션이 부담스러웠는지 유리 뒤로 숨어버렸다.

“아유 귀여워~아 그 오늘 예약손님은 김선규씨네요. 오늘은 이분 1명밖에 없으니 천천히 준비해도 될 것 같아요.

“몇 시에 오시는데?”

“오후 5시요.”

“그래, 오늘은 작품이나 만들지 뭐.”

 수지는 새벽 내내 작품을 만들어서인지, 많이 피곤했다. 그녀는 작품을 만들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띠리링

수지의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우어.. 이건 또 뭐지..? 유리 씨..? 여보세요.. “

“앗 사장님, 잠드셔서 제가 수업준비는 다 해놓았어요.. 저는 집에 일이 생겨서 지금 빨리 병원 가봐야 해요.. 그럼 내일 봬요..!”

수지는 당황해서 바닥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있는 강아지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은 초롱초롱하고 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 몇 시야?’

시간은 벌써 오후 5시였다.

띠링

“어서 오세요, 마음을 뜨다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선규 씨 맞으시죠?”

“네..”

“혹시 뜨개질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 아니요..”

“아 그럼 초급 칸에서 작품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엇, 사장님 이거로 해도 될까요?”

그가 고른 것은 귀엽고 아담한 꽃모양 컵받침이었다.

“네! 좋아요. 지금 바로 시작해 봅시다.”

그는 뜨개질에 매우 서툴렀고, 그는 마침내 표정이 굳어버렸다.

표정 굳는다는 건 뜨개질 공방 사장한테는 굉장한 경제적 손실이었다. 그는 적은 돈을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하, 선규 씨 처음에는 원래 다 서툴어요.. 저 오늘 다음 타임 없으니까 천천히 같이 해보아도 괜찮아요..”

“선생님, 저는 모든 게 다 서툴어요.”

“네..?” ‘이 타이밍에 고민을 말한다고?’ 그녀는 매우 당황했다.

“일도, 공부도, 인간관계도… 하.. 그리고.. “

“그리고..?”

“사랑도요.”

“아…” 그는 분명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을 것이다. 수지는 확신했다.

“맞아요, 난 어제 첫사랑을 잃었어요. 사람들은 스쳐가는 수많은 인연 중 하나가 스쳐갔을 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모든 것이 서툰 저는 그 사람을 스쳐가는 인연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로요. 그 사람은 저에게 수많은 사람들보다 더 큰 행복을 주었고, 안정감을 주었고,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 사람은 여러 명의 사람들보다 훨씬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그러나, 나의 서투른 연애 때문에 나의 몸과 같은 사람을 잃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요. 난 서투른 내가 싫어요… 흑.. “

그는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수지는 그가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맺음을 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선규 씨,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새싹을 품고 있어요.”

“네..? 새싹이요?”

“네, 그 새싹을 우리의 고통과 상처를 먹고 자라지요. 그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 마음의 꽃이 된다면 선규 씨는 어떨 것 같나요? “

“그만큼 상처와 고통이 많다는 것 아닌가요? 저는 싫어요. 저는 다시는 이런 상처 겪고 싶지 않아요..”

“아니요, 그 새싹은 고통과 상처를 먹으며 극복해서 꽃으로 무럭무럭 자란 거랍니다. 그 꽃이 더 자라서 꽃밭이 되고, 풀잎들이 자라서 나무가 되는 것처럼, 그 새싹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우리를 큰 사람이 되도록 도와줘요. 상처와 고통 없이 산다면 우리의 마음속 새싹은 항상 새싹으로 그칠 거예요. 하지만 그 고통과 상처를 열심히 극복한다면 어느새 당신의 새싹은 크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내가 그걸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지금은 죽을 듯이 힘들지만, 나중에 지나 보면 다 추억으로 남는답니다. 아마 그때는 이겨낸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역시.. 인스타에서 유명한 이유가 있네요. 사실 제 여자친구는 이렇게 아담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아직 전 새싹인지라, 꽃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하하..”

“아마 다음시간에는 더 어려운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봬요. “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올려두고 갔다. 그만큼 만족감을 줘서 수지는 뿌듯했다.

수지는 강아지를 보며 선규 씨가 떠올랐다.

‘저 강아지도 선규 씨만큼 외롭고 힘들지 않을까? 얼마나 마음속으로는 힘들까? 분명 저 강아지도 마음속의 식물을 키우는 중일 거야..’

“강아지야, 너한테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데이지로 해도 괜찮겠니?”

데이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왈 하고 짖었다.

“데이지, 너도 마음의 꽃을 피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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