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성(Castle)을 찾아서

독일 퓌센

by 시옹
4일의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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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아늑한 기숙사를 두고 일찍 일어나 향한 곳은 뮌헨(Munchen) 중앙역.

2018년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1교시조차 절대 시간표에 넣지 않는 풋내기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한 달간의 유럽여행 속 나는, 자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세상을 좀 더 보고 싶어 안달 난 갓 태어난 어린아이 같았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이 선명히 느껴지고,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낀다.

덕분에 바이에른 티켓(Bayern Ticket, 바이에른 주에서 사용 가능한 일일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이 시작하는 오전 9시가 되기 한참 전에 중앙역에 도착했다. 동행 2명과 함께 디즈니 로고에 등장하는 성에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Castle)을 찾아 퓌센(Füssen)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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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 여정을 함께한 동행 둘은 모두 20대 후반 남자였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혼자 유럽여행을 결심한 나의 용기를 높이 사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22살의 나는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보다, 용기 있다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허송세월로 보냈던 대학교 1학년, 2학년 시절의 방학이 후회스러웠고, 조금 더 일찍 혼자 여행을 떠날 결정을 하지 못한 스스로가 안타까웠다.

29살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의 나를 용기 있었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기보다 채찍질을 택하는 습관은 아직도 여전하다. 언제쯤 나는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될까? 조금 서툴더라도, 어색하더라도, 못 미치더라도, 그런 나와 발맞춰 걸을 순 없을까? 내가 20대 후반이 된 지금, 이젠 채찍을 내려놓을 용기가 조금 생겼을까.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잘 전망할 수 있는 마리엔 다리(Marienbrücke) 근처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푸짐한 독일식 점심을 먹었다. 모두들 혼자 여행할 때는 누리지 못한 다양한 메뉴에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두 어른들 속에서 두툼한 소시지를 뽀드득뽀드득 씹어먹으며 어른 인척 하기 바빴다.




KakaoTalk_20181205_023746483.jpg 친절하고 귀여운 그림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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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슈반슈타인 성은 너무 크고 높아서 가까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전세계 관광객들은 성 자체에 입장하는 것보다 마리엔 다리에서 보이는 성의 모습에 더 열광한다. 그래서 마리엔 다리 근처에 가면 남녀노소, 인종,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관광객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다리에 올라가길 기다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7월의 성수기라 그런지 한국어도 많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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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주한 디즈니 캐슬, 노이슈반슈타인 성!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과 <신데렐라> 성 디자인에 큰 영감을 줬고, 월트 디즈니의 로고에도 사용되는 등, 디즈니와 동화 같은 성의 이미지를 결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축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했던 19세기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2세의 꿈과 환상이 모여 만들어진 성이다. 건축했을 때부터 현실적인 용도보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된 드림 하우스(Dream House)였던 것이다.

한 사람의 야망으로 탄생하게 된 성, 노이슈반슈타인은 주변의 푸른 조경들 덕분에 더욱 신비로웠다. 울창한 숲 속에 난데없이 우뚝 솟은 성이라니, 정말 공주라도 잠들어 있을 것 같다. 어디선가 디즈니 로고송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KakaoTalk_20181205_023833469.jpg 마리엔 다리 밑 절벽
image_6144342821544007808805.jpg 나무로 만든 지도

사실 마리엔 다리의 진정한 현실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퇴근길 지하철과 같았다. 발 잘못 디뎌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유령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다리 근처에는 아주 오래전 만든 것 같은 나무로 된 독특한 지도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창의적인 현시대 독일 공무원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나무를 파서 만든 지도인데도 길이 매우 직관적으로 나와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유용할뿐더러, 사랑스러운 디자인 덕에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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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접 성 안으로 들어가 볼 시간.

역시나 가까이서는 성의 신비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길이 너무 가파르고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여기서 어떻게 사람이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 나라의 왕이었던 루트비히 2세에게 이 성은 즐겨 착용하진 않는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을까? 남에게 자랑할 때나 이따금씩 옷장에서 나오는, 화려하지만 매일 손이 가지 않은 그런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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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나와서 알프제 호수(Lake Alpsee)로 향했다. 바이에른 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호수도 호수인데, 나에겐 백조를 실컷 보았던 곳으로 기억된다. 새하얗고 커다란 깃털로 치장한 엄마 백조와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미운(?) 백조 새끼들. 백조 식구들은 사람들을 전혀 피하지 않았다.

<백조 왕자>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계모 왕비가 마법을 부려 11명의 왕자들을 백조로 변신시키고, 공주 엘리사는 가난한 농가로 쫓아내며 시작되는 꽤나 가혹한 이야기. 엘리사는 온갖 시련을 겪어가며 왕자 오빠들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법의 쐐기풀 옷을 만들었고, 결국 마침내 오빠들의 저주를 푼다.

쐐기풀을 찾아 저 백조에게 입히면 나도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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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 옆에는 그 후광에 묻혀버린 호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이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지어지기 전 바이에른 왕가의 공식 여름 별장이었다고 한다. 성 전체가 노란색이어서 독특했다.




7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유럽 알프스 지방을 모두 좋아했던 것 같다. 스위스부터 독일 퓌센, 그리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까지. 첫 유럽여행 때는 유명 관광지들을 따라다니기만 해도 한 달이 꽉 차서 내 취향까지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젠 알겠다.

수많은 로망이 모여있는 유럽에서 나는 자연을 찾고 있었다는 걸.




Füssen, Germany_ Key Word
- Schloss Neuschwanstein
- Schloss Hohenschwangau
- Lake Alpsee
- Marienbrücke
- Bayern 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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