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모르는 마을

독일 밤베르크

by 시옹
4일의 독일
163732D0-BB06-4999-A115-418743B363E8.jpg

3번째로 갔던 독일의 도시는 작은 마을 밤베르크(Bamberg)였다.

해외생활에 살짝 무뎌지기 시작한 독일 거주 중이었던 선배 S를 설득해 함께 기차를 탔다. 밤베르크는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독일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마을이다. 어느 정도냐면, 1993년 도시 전체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7DF6F05F-9741-4BBB-A51D-7EAB0B8E5B5E.jpg

마을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누가 봐도 놀러 온 것 같은 관광객들도 세트장 분위기에 한몫했다. 꼭 이런 마을은 주민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더라.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나지막한 건물들과 정갈한 자갈길까지, 초현실적(超現實的)이었다.

하지만 건물 한쪽을 차근차근 덮었을 덩굴들과 세월이 담긴 간판들, 그리고 그 세월을 함께 했을 나이 든 주민들이 이 마을은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BAAA680C-AC8E-442B-832B-402E695D51D4.jpg
A7B03F10-6DFE-4A42-90B1-1400BEBCE148.jpg

밤베르크 마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레그니츠(Regnitz)강 위에 지어진 다리다.

일명 '작은 베니스(Klein-Venedig)'라고 불리는 스폿인데, 강 바로 옆 건축물들과 강에 유유히 떠있는 유람선들 덕분에 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너무 아름다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곳에 오면 마치 개척자가 된 것 같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겠지만. 나만의 보석을 찾은 것 같아 더 개인적이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적당히 따사로운 햇빛 속에 살랑이는 강바람이 살결을 부드럽게 스쳤다.




3F8D8E44-3B43-4C91-8FCB-D973D2CF98B0.jpg
3537BCE2-4B7F-4F77-B81A-7C1B9837A385.jpg
5DD0587E-9911-4C72-ACC8-94691307579C.jpg
DA94DCF0-6ABE-4463-833E-3AB29405E6D4.jpg
76DC629A-1C20-4E33-BED5-B2D3A3069230.jpg

사실 '유네스코문화유산'이라는 웅장한 수식어는 독일인들에겐 자랑할만한 영광이지만 여행객들에겐 큰 감흥이 없다. 그보다 밤베르크는 나 같은 오락성 여행자들에겐 훈제맥주(Rauchbier) 원조 마을로 유명하다. 맥아를 불에 그을려 훈제한 맛을 내는 것인데, 밤베르크 마을의 대표 양조장 슐렌케라(Schlenkerla)와 그 근처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아직 해가 중천이었지만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는 법. 유럽 시간에 맞춰 술노름을 시작했다. 고작 22살 24살이었던 우리는 한 손으로 간신히 들리는 큼직한 맥주잔을 들고 짠-을 외치며 훈제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말 신기하게도 맥주에서 불맛, 훈제맛이 났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짭짜름한 독일식 요리들과 함께 물아일체로 맥주를 마시다 보니, 무서운 속도로 맥주잔이 가벼워졌다. 아쉬웠던 우리는 라들러(Radler, 맥주와 레모네이드 또는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 맥주)를 한잔 더 시켜 나눠먹었다.




3FB97837-A4A2-4407-822D-DA1C62036B1A.jpg

밤베르크는 소도시 여행의 맛을 알게 해 준 마을이었다.

7월 성수기에 갔지만 한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전반적으로 인파도 훨씬 덜했다. 도시라 부르기에도 너무 작은 마을이라 이렇다 할 랜드마크는 없었지만, 마을 자체가 뜻밖의 선물로 다가왔다. 주류보다 비주류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두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다가온 여행지, 그게 밤베르크였다.




Bamberg, Germany_ Key Word
- Untere Brücke
- Klein-Venedig
- Regnitz
- Neue Residenz Bamberg
- Bamberger Dom
- Schlenkerla, Rauchbierbrauerei
- Rauchbier
- Rosengarten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3화디즈니 성(Castle)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