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간에 공부를 한다고? 성장추구형 캐릭터들의 자발적인 학습 이야기
지난 사외교육을 떠올려본다. 적절한 외부 강사를 섭외하여 전사 교육을 실시하고, 직원들은 노트북을 갖고 자리에 참석한다. (노트북을 갖고 오지 말아 달라고 해도 꼭 들고 온다.) 외부 강사는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간중간 재밌는 요소를 섞기도 하고,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한다. 적극적으로 교육 내용을 받아들이는 직원이 있는 반면, 개인 업무를 보거나 핸드폰으로 딴짓을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원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면 사내 교육담당자도 괜스레 멋쩍어진다. 참으로 서로에게 곤욕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해본다.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교육인데 왜 집중해 달라고, 노트북을 가져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를 해야 할까? 이 교육의 본질이 무엇일까?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참여자(직원)가 원하는 교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전사 교육을 실시했지만, 직원들은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정형화된 일꾼을 길러내어 투입 대비 양으로 승부하던 과거에 비추어본다면 적절한 방식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생산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이 시대, 어제의 교육 커리큘럼이 내일의 성과를 보장할 수 있을까? 개인의 강점을 살려서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이 시대에 정형화된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래서 우리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에 포커스를 맞춰보기로 했다. 교육이 교사의 주도 하에 구조화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학습은 학습자가 주도하는 자율적이고 비구조화된 방식이다. 동기부여와 관련한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내재적 동기부여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학습조직은 이 세 가지 요소를 토대로 시작된다.
자율성(Autonomy) : 직원들이 원하는 주제로 직접 학습조직을 구성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유능성(Competence) : 개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성과와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학습을 한다.
관계성(Relatedness) : 여러 부서의 직원들과 함께 한다.
올해 학습조직 담당자로 새롭게 배정되며 첫 번째로 한 것은 학습조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었다. 운영의 Good&Bad point를 확인하고 보다 효과적인 학습조직 제도를 운영하기 위함이었다. 어떤 조직은 흐지부지 예산만 사용하다 끝나는 반면, 어떤 조직은 퇴근 후에도 자발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었다. 두 조직의 결과는 왜 이렇게 극명히 달라졌을까? 나는 서베이와 참여자 인터뷰를 통해 '구체화된 목표 수준'이 핵심임을 알게 됐다. 학습조직원들이 같은 기대 수준과 목표를 가지고 참여하는지에 따라 참여 정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었다. 첫 번째 참여 이후 아래와 같이 학습조직 제도의 목적과 조건을 정비하여 전사 안내를 진행했다.
동일(유사) 업무 수행자 간 업무 노하우 공유 등 상호학습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전사적 생산성에 기여할 것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모여 공동 과제/연구(output) 수행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전사적 생산성에 기여할 것
핵심은 '개인의 성장과 전사적 생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학습조직장 OT에서는 생산성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사적 지식 자산을 남겨 누구나 열람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더불어 회사의 승인을 받아 업무시간에 진행되는 애자일 조직으로서 학습조직장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모임을 주도하고 운영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지만, 실무자로 구성된 직원들에게 예비 리더로서 조직 운영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함께 제시했다. 학습조직장 OT는 제도의 소개보다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지지하며, 학습조직의 중요성과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설명하는 자리로 운영했다.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한 우리 회사의 학습조직 제도는 여러 담당자의 색깔이 더해지며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학습조직 담당자로서 새롭게 시도한 것들과 앞으로의 고민, 학습조직 참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