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5월의 주말 학회
feat. 혈관 외과 심포지엄
이번 달 당직 개수는 10개다. 3년 차지만 1년 차 때와 당직 개수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나은 점은 주말 당직이 줄었다는 점이려나. 덕분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연오프를 얻는 주말도 꽤 있다.
주말 연오프라고 해서 온전히 이틀을 쉴 수 있느냐. 그렇진 않다. 특히 이번 5월은 유독 주말 일정이 가득했다. 카데바 해부 실습, 로봇 시뮬레이션 교육, 외과 춘계 학회. 주말을 꽉꽉 채우는 교육과 세미나가 매주 열렸다. 주말 연오프는 단지 스케줄 표상의 기록용일 뿐이었다. 5월의 마지막 주말인 어제도 당직과 함께였다. 그리고 같은 날 혈관 외과 심포지엄도 마침 본원에서 개최되었다.
바쁜 하루였다. 병동 콜들을 받아 가며 중간중간 관심 있는 심포지엄 강의를 들었다. 외과 학회이긴 하지만 영상의학과, 순환기내과, 재활의학과 등 혈관 질환 환자를 보시는 여러 교수님들이 오셨다. 각 파트의 specialist, 전국의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였다. 서로 본인이 치료했던 환자들의 케이스를 발표하고, 그 사례들에서 다른 선생님들의 자문을 구했다.
한 선생님의 케이스 발표가 끝나면, 여러 선생님들의 질문과 코멘트가 이어졌다.
"일산 OO 병원의 cardiologist OOO입니다."
"OOO 대학병원에서 intervention 하고 있는 OOO입니다."
"OO 병원에서 vascular part 하고 있는 OOO입니다."
각자 마이크를 잡고 짧은 소개 후 질문과 코멘트를 시작하셨다. 'cardiologist, vascular surgeon' 직함만 들어도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리곤 전공의로서도 간혹 알아듣기 어려운 의학 지식들이 오고 갔다. 외과적 관점에서만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과적 약물 치료에 대해 순환기 내과 교수님들이 의견을 내셨고, 영상의학과 교수님들은 인터벤션(방사선 시술)의 가능성을 코멘트하셨다. Specialist들이 한 곳에 모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치료 방침에 대한 'Consensus'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그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학회가 끝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종일 이어진 혈관 외과 심포지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본원의 cardiologist, 순환기 내과 교수님의 발표였다. 대개 학회 자리에서는 치료가 잘 되었던 케이스를 발표하기 마련이다. '어려운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치료를 행함으로써 환자가 좋아졌다.'라는 스토리가 듣기에도 더 좋다. 그리고 타 전문가들의 질문에도 쉽게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본원 순환기 내과 교수님은 한 달간 봐온 환자 케이스를 소개하며 본인이 간과하였던 부분을 언급하셨다. 환자를 리뷰 했을 때 아쉬웠던 점을 타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셨다. 덕분에 앞으로 전국의 다른 병원에서도 비슷한 환자가 있을 때 누구나 놓칠 법한 포인트를 짚을 수 있게 되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본인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공개적인 자리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다. 나만 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의 잘못을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반박 거리부터 찾는다.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고, 설사 나의 잘못임이 밝혀지더라도 알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간 책과 사람을 통해 배운 바로는 '나의 본성'과 '성숙한 어른의 자세'는 다르다. 성숙한 어른은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파악하고, 원인과 결과가 본인에게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디딤돌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잘못'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진짜 '잘못'은 그 경험을 활용하지 못함에 있다. 용기 있게 인정하고,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다음 '잘못'의 크기와 빈도를 줄여나갈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 잘못'이 오히려 '퀀텀 점프'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매일 아침 일기장에 기록하는 문구 중 하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나고, 내가 창조한다."이다. 좋은 일뿐만 아니라 나쁜 일까지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아직도 가끔씩 주체할 수 없는 미숙한 본성이 나를 감싸곤 한다. 하지만 하루씩 누적된 문구들이 언젠가는 빛을 보지 않을까. 곧 다가올 '퀀텀 점프'를 기대하며 6월의 첫 주말도 당직으로 시작 예정,,
5월의 마지막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