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주 파견의 마지막 날
7월의 제주는 말 그대로 한 여름이었다. 한낮의 해는 강했고, 제주도의 유명한 바람은 습한 공기들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뜨겁고 눅눅한 바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병원 밖을 많이 돌아다녔다는 의미였다. 작년 1년 차의 여름 더위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낮 시간엔 항상 병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2년 차가 되고 그래도 파견 병원에서 여유가 있었을까. 한 여름의 더위를 오롯이 느꼈고, 아스팔트의 열기를 밟으면서 이곳저곳을 다녔다.
사실 2년 차의 여유란 건 물리적인 여유는 아니었다. 7월 첫 주, 일주일간의 휴가 후 파견 병원인 제주대병원으로 출근했다. 21일 동안 총 9번의 당직을 서야했다. 거의 하루 걸러 하루 당직인 셈이었다. 당직을 섰다고 다음날 아침에 퇴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벽이 바빴던 당직 후엔 다음날 정규 시간에 눈이 반쯤 풀린 채로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차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나 보다. 당직 후 오프인 날은 아침부터 열심히 제주를 돌아다녔다. 퇴근이라도 하는 날엔 잠깐이라도 바다의 일몰을 보러 갔다. 성수기를 맞이한 제주는 어딜 가나 사람이 넘쳤다. 이름 있는 식당은 웨이팅이 1시간은 기본이었다. 해수욕장엔 파라솔을 빌리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그 많던 택시는 빈 차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관광지란 다 그런 것이지 않나? 1시간을 기다리다가 나온 음식에 '아 이게 제주 음식이지.'라고 행복해했다. 발바닥이 뜨거웠던 해변에선 빈 파라솔이 있는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겨우 한 귀퉁이를 차지하곤 편의점에서 사온 팥빙수와 함께 '제주의 바다'를 느꼈다. 돌아오는 길엔 택시가 없어 터덜터덜 도로를 따라 걸었다. 버스를 탈까 말까 망설이던 차에 겨우 택시를 잡곤 안도했다. 모두 영락없는 관광객 체험이었다. 그리곤 다시 다음날 아침 7시, 63병동의 스테이션에서 교수님 회진을 기다렸다.
비록 일을 하러 제주에 왔지만, 일 사이사이를 여행으로 가득 채웠다. 제주를 떠나는 날 돌아본 7월은 한 여름을 제대로 즐긴 달이었다. 뜨거웠던 제주에서 열심히 일했고, 또 열심히 놀았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는 느낌이랄까. 8월의 본원에선 조금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이제 '제주도'라는 말 대신 '제주'라고 칭하는 걸 보니 조금은 더 제주가 친근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