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마지막 날, 이전 병원을 떠나면서 썼던 1년 전 일기장엔 어쩌다 보니 흘러간 한 해라고 쓰여있다. 어쩌다 보니 조금씩 술기를 익혔고, 한두 개씩 처방명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다음 인턴 선생님들에게 인계를 남겨주었다. 큰 사고 없이 든든한 동기들과 함께 인턴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번 레지던트 1년차도 마찬가지였다. 돌아보니 벌써 사계절을 새로운 병원에서 보냈다.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무섭고 어색하기만 했던 3, 4년차 선생님들은 전문의가 되어 의국을 떠났다. 낯설기만 할 줄 알았던 병원은 이제는 익숙한 병원이 되었고, 어렵기만 했던 윗년차 선생님들은 언제 친해졌는지 떠나는 게 아쉬웠다. 오늘은 새로운 1년차 선생님에게 인계를 해주었다.
딱 1년 전 오늘은 윗년차 선생님에게 주치의 인계를 받은 날이다. 멘붕이었다. 새로운 환경은 너무나 낯설었고, 처음 하게 될 주치의 업무는 부담 그 자체였다. 처음 마주하는 내 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마냥 불편하기만 했다. 누군가 양 어깨를 누르고 있는 듯했다. 윗년차 선생님에게 인계를 듣긴 했지만 머리에 남는 것은 없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달을 정도였다. 첫 인계 후에 집가는 지하철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그렇게 3월의 첫 출근이 시작되었다. 정신없는 봄이었던 3,4월은 마치 하나의 달처럼 지나갔다. 제주도 파견에서 잠깐 한숨을 돌리려나 했지만 제주도 병원도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계절이 바뀐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여름을 맞이했다. 본원과 제주도, 그리고 창원 파견을 오가면서 병원 내에만 있어 더운지 몰랐다. 가을이 되자 조금씩 동기들과 친해졌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동기들이 반가웠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서로 도움이 되는 1년차들이 되었다. 그전까진 모르면 다 같이 몰라 도움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너도 모르는구나’에서 오는 마음의 위안 정도 되었을까. 10월이 지나고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날씨가 추워지는 걸 느꼈다. 추운 아침에 출근하기가 싫었고, 다가올 보릿고개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였다. 3,4년차 선생님들이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인력이 부족한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한다. 남은 사람들은 두 사람의 몫을 해야 했다. 그렇게 불평불만 가득했던 보릿고개가 지나고 이제 새로운 의국원들을 맞이한다.
1년차 때는 빨리 2년차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1년차 선생님들이 오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막상 2년차가 되어보니 아직은 좀 이르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 많고 경험도 턱없이 부족하다. 1년차 선생님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1년차 선생님을 마주칠 때마다 떠올리고 싶은 생각은, 1년 전 내 모습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작했던 3월을 기억하면서 1년차 선생님들을 대하면 조금은 더 도움 되는 2년차가 될 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와 장소, 그리고 부여된 역할에 맞게끔 성장한다. 2년차로서의 2022년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일단 내일 중환자실 첫 출근부터 여전히 걱정되고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