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 오늘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이다. 끝난 줄 알았던 코시국이 다시 왔다.
사실 병원은 6월부터 이상했다. 이상하게 한두 개씩 코로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몇 개월간 잘 안보이던 코로나 확진 환자들도 하나둘씩 나왔다. 이러다 말겠지라며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뉴스가 점점 더 자주 등장하면서 병원의 확진자도 더 자주 나왔다. '어, 이상하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만 명대를 넘어갔다. 8월 중순인 지금은 15만 명을 넘어갔다.
이제는 피부로 느껴진다. 다인실 병동은 난리다. 6인실 환자 한 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후 같은 방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갔다. 운이 좋게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환자 몇몇은 대신 불면증을 얻었다. 본인도 코로나에 확진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신경 안정제, 수면제를 원했다. 격리 병실이 부족한 병원은 다인실을 코로나 병실로 지정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병동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병상수는 부족해져 갔고, 입원해야 할 환자들이 입원을 못하고 있다. 예정된 수술 스케쥴도 연기할 수밖에 없다.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열이 나더라도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흉부 엑스레이가 이상할 경우에만 코로나 검사를 했다. 요즘은 조금만 기침을 해도 검사를 한다. 열이 나지 않더라도 입원을 위해선 코로나 검사가 필수다. 입원이 결정되어도 문제다. 입원 병실이 없다. 응급실에서 이틀, 삼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인해 생긴 까다로운 절차들은 응급실 선생님들의 바쁨을 두 배로 만들었다. 병동에서는 퇴원을 못하고 늘어나는 환자 수에 주치의들이 갈수록 허덕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보호 장구를 입고 술기를 하는 인턴 선생님들은 옷에 땀이 흥건했다. 전공의들의 업무량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날마다 바뀌는 코로나 대응 지침에 혼란스러워하셨다.
코로나 환자 병실을 들어가기 전 착용해야 하는 장비 세트.모두들 오프만 바라보며 일한다. 주 88시간을 일하는 전공의들은 한 주에 하루 정도 오프가 있다. 휴가는 일 년에 5일씩 두 번 쓸 수 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더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코로나 확진 휴가이다. 무려 5일이다. 타 직장인들은 7일이라고 하지만 5일도 감지덕지다.
다들 알다시피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감기 정도의 증상을 앓고 지나간다. 심지어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도 있다. 물론 심한 독감처럼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이 된 경우엔 5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한다. 5일간 병원에 합법적으로 출입하지 않아도 되고, 합당한 이유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젊음을 무기로 밤을 새우며 일하는 전공의들에겐 코로나 확진이 오히려 선물일 수 있다. 고열과 기침, 인후통을 동반하는 증상에 괴로울 수 있지만, 5일간의 휴가에 반가울 수도 있는. 그런 양가감정이 코로나 검사 결과에 담겨있다.
며칠 전 원내 확진자 환자와의 밀접 접촉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살짝 들떠있는 나에게 동기가 물었다.
"증상 있어?"
사실 증상은 없었다. 너무 멀쩡했다. 하지만 생각을 거치지 않은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파야 한다면 아플 수 있어."
무심결에 너무 솔직한 마음이 나왔다. 아플 각오를 하면서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결과는 음성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확진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동기들은 걱정보다 부러움이 앞선다. 대체 어떻게 하면 코로나를 걸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모든 전공의들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대다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코로나를 희망할 것이다. 타 직장인들도 비슷한 심정일까.
과연 15만 명 안에 나는 언제 포함될지 궁금해하며 오늘도 출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