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4가지 유산, 그리고 절대 줘선 안 되는 1가지
그 메마른 가뭄의 고통 속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생명수를 마시고 생명수를 들고 가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아이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에 대하여
아침 7시. 데일리 루틴이 되어버린 스벅 모닝. 오늘도 아이패드를 펼치고 에스프레소 향 가득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이렇다.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4가지 유산, 그리고 절대 줘선 안 되는 1가지”
한 줄 한 줄 눈을 따라가던 나는 어느새 핸드폰 화면을 내려놓고, 천천히 나의 유산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뭘까? 그리고 나에게 물려진 건 뭘까?’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아빠는 늘 그 이야기를 해주셨다. 바로 나의 탄생신화였다.
아빠는 매번 진지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 얘기를 시작하셨다.
“내가 꾸었던 유진이 태몽은 해가 거듭되고 세월이 지나도 더 선명해지고 잊혀지지 않는다. 해태를 닮은 돌거북이가 나타났지. 물이 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보니 큰 동굴이 보였어. 목마른 사람들이 그 동굴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있었지. 메마른 땅에 반가운 물줄기를 따라 줄을 서있었지. 아빠도 줄을 서서 기다렸어. 돌거북이 등이 보였지. 아빠가 다가가자 그 큰 돌거북이가 뒤돌아보았는데 얼굴이 해태였고 몸은 돌거북이었다. 그 돌거북이가 돌아서 아빠에게 안기면서 꿈에서 깼어. 그 메마른 가뭄의 고통 속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생명수를 마시고 생명수를 들고 가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아빠는 그 꿈을 잊지 못하시고 그 꿈의 의미를 굳게 믿으셨다. 지금도 믿고 계신다. 내게 늘 말했다.
“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큰 '무언가'를 해낼 사람이다.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을 수 있어도, 반드시 그런 날이 온다. 아빠가 그걸 못 보고 떠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넌 알게 될 거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내 삶에서 무엇을 ‘이뤘다’고 말할 수 없다. 실패도 많았고, 좌절도 있었다. 그런 순간마다 누군가는 내 가능성을 의심했고, 세상은 조용히 나를 지나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안의 존엄성은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세상이 날 조롱해도, 나 자신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다. 왜일까?
나는 안다. 바로 아빠의 ‘믿음’ 때문이다. 세상이 나에게 씌운 부정의 그림자보다 더 강한 이름을, 아빠는 내게 먼저 붙여주었다. ‘존재 그 자체로 귀한 사람’이라는 이름을.
내가 본 기사 속 이남옥 교수는 말한다. 아이에게 들려줘야 할 네 가지 감정 유산 중 첫 번째는 바로 ‘탄생신화’라고.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축복이고 기적이었는지를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그것이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존재를 긍정하게 해 준다고.
나는 항상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이야기는 단지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빠의 희망이자, 아빠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나에게 걸어놓은 한 줄기 빛이었다.
그런 유산은 시간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는다. 자존감은 누군가의 신념 안에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믿어준 단 한 사람의 시선, 말, 기억.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사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부모가 아이 인생의 설계자로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아이가 힘들어진다.”
맞다. 아이는 부모의 인생 설계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려나가야 할 존재다. 우리가 물려줘야 할 것은 미래를 대신 정해주는 ‘지도’가 아니라, 그 어떤 길을 걷든 스스로 선택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이다.
나는 오늘 아침, 이 글을 다듬으며 하나의 다짐을 해본다. 오늘 나의 소중한 딸에게 내 아버지처럼 그 이야기를 해주고싶다. 아주 오래전, 한 돌거북이가 가뭄 든 세상에 생명수를 뿌렸던 이야기처럼.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 카페 창밖으로 햇살이 비친다. 잔잔히 흔들리는 나뭇잎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넌 반드시, 네 길을 만들어갈 사람이야.”
나는 오늘 그 믿음을 커피 한 잔에 담아 마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내가 태어난 이야기 덕분에, 오늘도 나를 믿는다.”
이남옥(레지나) 교수님이 정리한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감정 유산 4가지와 절대 줘선 안 되는 1가지
존재의 의미를 전하는 ‘탄생신화’
아이의 탄생 자체를 축복하는 이야기
태몽, 계절, 날씨 등 긍정적인 기억을 엮어 아이의 존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
→ “나는 축복 속에 태어난 존재”라는 깊은 자기 긍정의 기초가 됨
실패와 좌절을 함께 건너는 ‘동행의 기억’
실패한 순간에 조언보다는 옆에 있어주는 태도
“괜찮아, 너라면 이겨낼 수 있어”라는 한마디가 자존감의 뿌리가 됨
→ 부모는 끌고 가는 존재가 아니라, 묵묵히 뒤에서 지지하는 존재
정서적 연결과 독립이 공존하는 관계
애착과 독립은 함께 갈 수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기
아이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전기지”를 통해 세상에 나아갈 용기를 얻음
→ 든든한 뿌리가 있는 아이는 더 멀리 자랄 수 있음
존중받는 선택의 경험
아이가 내린 결정에 대한 인정과 사랑
결과보다 ‘선택의 주체성’을 존중해주는 경험 축적
→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핵심 자양분이 됨
부모의 욕망, 상처, 콤플렉스
“나는 못했으니 너는 꼭 해라”
“너는 나를 대신해 성공해야 해”
→ 부모의 미해결 감정을 아이에게 투사하면,
아이의 삶은 부모의 그림자를 쫓는 심리적 족쇄에 묶임
� 핵심 메시지
아이의 삶은 부모의 ‘반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은 유산이 됩니다.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세상에 참 많은 기준이 있지만, 그 안에서 흔들리며 고민하는 당신의 모습은 이미 사랑입니다.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 하루 10분, 명화가 건네는 부모 감정 회복 질문 노트
– 저자: 두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