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우리는 인간의 삶의 목표를 찾는다면서 인간과 동떨어진 전능한 삶의 목표를 찾아다녔다.
삶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하거나 영원히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목표는 전능하고 때문에 냉정히 보면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긴 기간 우리는 그것을 찾아 방황했다.
결국 그 누구도 전능한 상상을 실현하지 못했기에 이제는 정말 인간다운 삶의 목표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전에 우리가 답을 찾는 것을 방해했던 지식체계는 최대한 피할 것이며 대신 상대적으로 가장 담백하고 객관적인 지식인 과학을 주로 활용해 삶의 목표를 만들어 볼 것이다.
우선 인간에 관한 과학을 활용해서 인간과 인간의 삶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막상 여러 연구를 살펴보니 가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과학자, 논문마다 너무나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현상은 사실 특정 과학 연구 분야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정치, 경제, 교육, 철학, 음식 취향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럴듯한 자기만의 주장을 하며 토론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명확한 답이기에 너무 다양한 답의 공존은 매번 우리를 혼란스럽게만 만든다.
최선의 지식인 과학은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답을 찾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인간에 관한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는 연구 분야를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다룰 것은 개인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들이다.
인간은 타고난 유전자로 이해되어야 할 존재일까 아니면 자란 환경과 노력으로 이해되어야 할 존재일까?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전통적으로 유전자의 강력한 영향력이 인간의 가능성을 유한하게 결정짓는다고 보는 쪽과 태어난 이후 노력과 환경의 영향으로 인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쪽의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존재했다.
인간과 그 미래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있는 이 분야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다루며,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 볼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미래 사회 예측 방법에 대한 연구도 다뤄볼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나 미래 인류 사회를 예측하는 분야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어떤 예측이 더 정확했는지도 분석해 볼 수 있는 분야이다.
미래 사회 예측 방법을 연구한 사람들은 과거 예측을 분석하거나 다양한 예측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 속에서 더 나은 의견, 답을 찾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간다운 삶의 목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구나 의견 속에서 우리와 우리 사회를 더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노력인가 타고남인가?
꼭 미래에 대한 패기와 현실적인 냉소가 뒤섞인 20대 초중반의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흔히 토론하게 되는 주제다.
자신이 겪은 좌절, 성공, 주변의 재능에 대한 감탄과 시기 등이 섞여 토론하게 되지만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좁디좁은 데이터와 그로부터 생긴 믿음은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인간의 가능성에 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 중 하나는 세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 보다 근거 있는 규칙을 제시한다는 과학일 것이다.
그런데 과학에서도 역시 우리의 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삶이 선천적인 유전자로 결정된다는 의견과 후천적인 환경(과 노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했다.
유전자 연구자들은 때론 결정론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각종 정신병을 연구한 결과, 정신병의 원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가족력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삶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정신병에 걸릴 가능성이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지고 다른 노력을 통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결정론적인 얘기를 해주는 것만 같다.
일란성쌍둥이 연구도 유전자의 강력함을 보여준다.
유전 형질이 거의 같은 일란성쌍둥이가 입양 등의 이유로 각자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경우, 나중에 그 둘을 비교하며 한 사람의 인생에 유전자와 환경 중 어떤 것이 더 많은 영향을 주는 지를 연구할 수 있다.
토머스 보우차드 박사는 입양을 당해 자란 환경이 달랐던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많은 연구 데이터를 남겼다.
그중 한 일란성쌍둥이가 신체적 조건이나 성격은 물론 이혼한 아내의 이름마저 같았던 황당한 경우는 유전자가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또 행복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드 디너 교수는 대학교 신입생의 성격을 변수로 두고 19년 뒤 미래의 학생들의 행복과 임금을 조사했다.
학생 시절 성격이 좋으면 더 성공하고 더 행복할 것이라는 통념을 증명해 보는 연구였다.
예상과 같이 대학교 시절 쾌활한 학생이 19년 뒤 임금도 행복도 더 높았다.
하지만 이것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인 조건이 어느 정도 높을 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부모가 가난한 경우 학생 시절 쾌활한 성격은 미래 임금과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유전자나 부모의 조건이 우리의 삶을 결정지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반대되는 의견 또한 있다.
일평생 전문성을 연구해 오고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전문성 개발 방법을 제안한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는 연습을 통해 인간이 원하는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고 한다(Peak(1만 시간의 재발견), 2016).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공한 전문가들이 가진 우수한 전문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올바르게 행해진 연습이었다.
엔젤라 더크워스는 그릿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삶의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장기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라고 얘기한다.
꿈을 이룬 사람의 특징을 조사하던 그녀는 그 비법이 열정과 끈기인 그릿임을 발견했다.
이들은 각각 삶의 목표의 성취 여부는 유전자나 부모가 아닌 연습과 그릿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유전자나 부모의 조건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답은 무엇일까?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목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제할 것인가? 아니면 유전자와 태생으로 정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전제할 것인가?
정말 흥미로운 대결이지만 사실 우리 삶은 흑과 백처럼 쉽게 나눠지지 않는다.
현대 과학은 둘 다 맞는 얘기라고 설명해 준다.
즉 그러니까 하나만 맞다고 반대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전자는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생각과 행동 프로그램의 압축 파일이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저 압축파일을 물려받은 상태로 태어나는 하나의 운영 체계이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의 압축을 해제하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바뀌는 환경에 맞춰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도록 시스템 되어있다.
우리가 단순히 조상에게 받은 것을 그대로 행하는 수동적인 동물이었다면 우리는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멸종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사 유전자 특질(사이코패스와 관련이 깊은 유전자)의 발현은 올바른 양육이 없을 때 발현이 되기 쉽고 발현이 된 경우 단기보상에 민감해져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반대로 가정환경이 좋다면 전사 유전자 특질이 있어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또 유전자가 삶에 끼치는 영향이 나이가 들수록 적다고 나오는 것은 역시 이 때문이다.
유전자의 영향은 충분히 크나 살아가면서 환경에게 받는 영향 또한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유전적 영향에 견줄 만큼 커져간다.
때문에 우리 삶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유전자와 태어난 후 경험(환경) 두 가지 모두 고려사항이다.
이처럼 과학적인 지식을 올바르게 활용하고 싶다면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극단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표나 부모님의 사회 경제적 지휘를 안다고 미래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노력과 끈기만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장기간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다양한 환경 변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때로는 상반된 특징이 공존한다.
인간에게 상반된 두 가지 특징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모순적인 인간다움을 이해해야 극단적인 목표에 맹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에게 알맞은 삶의 목표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과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면 어느 한쪽의 극단적인 방향만을 따르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또 인간이 다양한 측면을 갖는 이유를 찾아가며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을 알고 그 미래를 알기 위해서도 이렇게 많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단위인 사회를 알고 그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복잡할 것이다.
특히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다양한 의견의 수는 더욱 많으며 그중에서는 권위 있는 전문가가 제시한 것도 많다.
소중한 삶의 목표에 반영할 더 나은 미래 예측 의견을 추려낼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앞서서 다룬,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다.
사회 또한 가장 강렬한 요소 하나를 따라가는 극단적인 방향이 아니라 수많은 요소들이 모두 영향을 끼친 방향으로 나아간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위한 더 정교한 방법을 연구한 필립 테틀록 교수의 연구 결과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사실에 매몰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직관을 배제하고 최신 데이터를 포함한 많은 데이터를 계속해서 반영하며 끊임없이 예측을 수정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한 가지 사실에 매몰되어 예측을 하다 보면 실제로 다가올 미래와 동떨어진 예측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뛰어난 곤충 학자이자 인구 폭탄의 저자 폴 에를리히는 1980년대까지 인구의 증가로 수억 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는 틀린 예측을 내놓았다.
Range의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에를리히가 인류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문화, 경제, 정치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자신의 전문분야인 생물학에만 매몰되어 틀린 예측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구폭탄 이론이 증명되는, 어쩌면 편향적인 증거만 모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적이고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론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정교하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용하고 정답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유리하다.
극단적인 생각에 매몰되고 그를 증명하는 증거만 모았다가는 잘못된 예측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도 그리고 그들이 모인 사회도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며 각각이 모두 영향을 주기에 인간과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 중에서 우리와 그 사회를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단 하나의 답은 없다.
무엇을 공부했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것을 종합해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또 그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와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미래에 대한 더 정교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삶의 목표를 만드는데 올바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보가 최신화될 때마다 매번 미래에 대한 예측과 삶의 목표를 크게 바꿔가며 살 수는 없다
만약 미래에도 크게 바뀌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 미래 예측과 삶의 목표의 기준점을 만들어 정보가 최신화될 때마다 매번 예측한 미래와 삶의 목표를 크게 바꾸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도 높은 확률로 변하지 않을 생존 본능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생존 본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생존 본능이 얼마나 강력하며 또 어떻게 작동할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줄 미래 변화를 가정하고 그때의 우리의 마음과 생존 본능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이다.
많은 것이 바뀌는 미래에도 생존 본능이 여전할 것이며 그것이 큰 영향력을 행사해서 꼭 대비해야 함이 설득력 있게 증명된다면 삶의 목표를 만드는 데 생존 본능을 고려할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기계가 상용화되어 우리 옆에서 손과 발과 머리가 되어주는 미래에도 지금까지와 같이 삶의 목표를 하나의 생존도구로 보고 인간에 대한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유효할까?
의문을 해소하고 생존 본능에 관한 생각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다음에는 AI가 발전한 미래사회와 그때의 생존본능을 그려보자.
참조
Bouchard Jr, T. J., Lykken, D. T., McGue, M., Segal, N. L., & Tellegen, A. (1990). Sources of human psychological differences: The Minnesota study of twins reared apart.
Ed Diener and Robert Biswas-Diener. (2002). Will Money Increase Subjective Well-Being?: A Literature Review and Guide to Needed Research.
안데르스 에릭슨. (2016). 1만 시간의 재발견. 비즈니스북스.
앤절라 더크워스. (2016). 그릿. 비즈니스북스.
데이비드 엡스타인. (2020).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열린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