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미국 경기침체 공포에 나스닥지수가 4% 나 하락했다.
S&P500은 2.7% 하락했고, 다우지수 역시 2.08% 떨어졌다. 당일 증시 급락은 빅테크주가 주도했는데 테슬라가 자그마치 15.43% 폭락, 애플과 엔비디아, 메타 등은 각각 4~5% 하락폭을 가져갔다.
이런 하락의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발 관세정책 이슈가 불안감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경제와 시장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언급을 재차 하며 시장하락을 가속화시켰다.
06시 미증시의 큰 하락과 테슬라 15% 하락이라는 무서운 뉴스로 오늘 시장스캔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스닥 종합차트를 이렇게 펼쳐서 보는데.. 과연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반등지점을 잡아야 할 텐데 어째 위태위태하다.
거시 경제가 어떻든, 또 국내지수가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매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한 바, 일단 미 증시 관련 뉴스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나스닥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경험했을 것 같은가? 답답함? 걱정? 두려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사실이다.
'나스닥은 이런 차트모양을 그리고 있었구나.' '오늘은 이런 모습을 나타냈구나.'
그냥 그것이다. '많이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나 혹은 '국내 증시에는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희망이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알고 거기에 어떤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은 확실히 그 상황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좀 엉뚱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는 원래 가계부를 잘 쓰지 않는다. 예전에 몇 번이나 써보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적을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 돈으로 용케도 살고 있네.'
그리고 이렇게 가계부를 적다가는 돈을 쓸 때마다 좀생이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와 우리 가족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가계부 적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럼 가계부를 적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없고 평화로웠을까? 물론 아니다.
나는 돈을 아껴 쓰려고 할 때면, 내가 너무 그릇이 작지 않은가? 부자 마인드는 이런 것이 아닌데 내가 너무 가난한 마인드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내 기준에 좀 큰 금액을 쓰자치면 '내 형편에 너무 막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불안했다. 누군가에게 베풀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표현하려면 좀 더 써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고, 또 내 형편에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하면서 괴로워했다. 나는 돈에 매여있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가계부를 쓰지 않았는데, 정작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다룰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작은 돈을 쓸 때에도, 큰돈을 쓸 때에도 늘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나는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정리했고, 나를 중심으로 한 금전의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몇 원이 부족'한 것이었다. '돈을 많이 쓴 것'이 아니라, '얼마의 금액을 초과한 것'이었다. 거기에는 한숨이나 답답함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스스로 괴롭고 싶은 날에는 이 '돈'이라는 것이 아주 좋은 우울감의 소재가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트레이딩 훈련을 하면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지 뉴스와, 매일마다 오르내리는 종목들 그리고 전반적 시장 상황뿐만이 아니구나. 하마터면,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을,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답시고 대강 '스킵'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