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독서에 주의하세요!
이 시기에 아이들은 다독을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글자 읽기에 익숙해지니 보니(즉 해독의 자동화) 읽기에 자신감이 붙여서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거죠.
"어머, 우리 아이가 천 권을 읽었어요!"
가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볼 때가 있습니다.
대단하죠. 천 권이라니!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은 그 천 권이 제대로 된 천 권 읽기일까? 에 대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이 시기에 아이들은 읽기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짜 독서를 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가짜 독서란?
건성으로 대충 읽는 독서입니다.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책을 굉장히 많이 읽어요. 그런데 대충 읽는 것 같아 질문을 하면 또 대답은 잘해요. 그냥 이렇게 둬도 될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저는 되려 묻습니다.
"어머니, 주로 어떤 질문을 하세요?"
"뭐, 주인공이 누구냐? 무슨 일이 생겼나? 그래서 결론은 뭐야?"
등등.
어머니의 질문은 대부분 다 비슷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읽은 책이 아니니 비슷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저러한 이야기의 흐름에 관한 질문에는 답을 잘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이야기는 비슷한 이야기 문법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질문 (중요한 단서를 기억해서 추론해서 답해야 하는 질문, 이때 중요한 단서는 꼼꼼하게 읽은 아이들의 경우는 잘 기억하지만 대충 읽는 아이는 놓치는 경우가 있죠)으로 들어가면
아이가 버벅거리며 "아! 몰라." 하며 회피하는 거죠.
가짜 독서의 문제는 잘 읽는 독자, 즉 능숙한 독자가 되는 능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능숙한 독자는 책과 잘 대화하는 독자를 말하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잘 읽어 내며 추론, 비판, 상상의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한 권이라도 제대로 된 읽기를 알려줘야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읽기에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선생님, 책 읽어주기는 지난번에 초 1-2학년 로드맵에서 말하지 않았나요?라고 반문하는 분이 있다면,
제 경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초 6학년 아이에게도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습니다. 17년째 책 읽어주는 교사로 지내면서 고학년이 된 아이에게도 책 읽어주기 효과는 좋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지 않도록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책 읽기를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처음부터 아이가 질겁하는 두꺼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저는 아이가 초 3학년 때 엄마랑 함께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으로 흔한 남매 시리즈, 안녕, 자두야 시리즈 등 만화책을 권하더라고요.
그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냥 마루에 배 깔고 둘이 앉아 깔깔거리며 웃다가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기를 견디면서?
조용히 반전을 준비하십시오.
아이가 모르게!
아이가 읽자고 하는 말랑한 책을 시작하여 천천히, 스며들 듯이. 제가 원하는 책을 내밀었을 때도 저항 없이 준비를 하세요.
현재 초 5학년이 된 딸아이와 저는"엄마랑 함께 책 읽기"(줄여서 '엄책읽기'라고 말하고 있어요)를 잘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원하는 책으로, 그리고 한 번은 아이가 원하는 책으로 하는데요. 본인도 눈치가 있는지, 이제는 제법 글밥이 있는 책으로 골라 오더라고요.
시작은 항상 미미하고 어렵고, 더디지만
꾸준히 가면 자기만의 길이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 책 읽는 부모, 책 읽는 아이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