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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여정의 준비, 새로운 도구

지혜와 배려가 담긴 선물

by MU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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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아침, 뮤뮤는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났다. 낯선 서울에서 맡아보는 익숙한 꽃 향기에 이끌려 뮤뮤는 몽몽이를 어깨에 올린 채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

좁은 복도를 따라 향긋한 냄새를 따라가니,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은 부엌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설화 아주머니가 정성스럽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꽃잎으로 장식된 형형색색의 빵과 달콤한 과일 주스, 그리고 화연에서 즐겨 먹던 향긋한 차가 놓여 있었다. 뮤뮤는 그 익숙한 음식들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낯선 타지에서 맡아보는 고향의 향기는 잊고 지냈던 그리움을 물밀듯이 불러일으켰다.

"어머, 일어났니 뮤뮤야? 어서 와서 아침 먹으렴."

설화 아주머니의 따뜻한 목소리에 뮤뮤는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식탁으로 다가갔다. 눈앞에 펼쳐진 고향의 음식들은 마치 꿈만 같았다.

"와... 여기 정말... 제 고향 같아요!"

뮤뮤의 떨리는 목소리에 설화 아주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후훗, 당연하지. 나도 오랫동안 고향의 맛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단다.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따뜻한 아침 식사를 앞에 두고, 뮤뮤의 마음속에는 그리움이 가득 차올랐다. 꽃잎처럼 아름다운 친구들, 함께 뛰어놀던 꽃밭, 그리고 무지개 빛깔의 햇살까지...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친구들... 보고 싶다..."

뮤뮤의 작은 혼잣말에 설화 아주머니는 따뜻한 눈빛으로 뮤뮤의 손을 잡았다.

"그리운 마음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렴. 너는 지금 아주 중요한 여정을 시작했고, 그 끝에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소중한 만남도 기다리고 있을 거란다."

설화 아주머니의 따뜻한 격려에 뮤뮤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었다. 그리움을 잠시 접어두고, 눈앞의 맛있는 아침 식사에 집중하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깨 위의 몽몽이도 뮤뮤의 마음을 알아챈 듯 작은 몸으로 부드럽게 뮤뮤의 볼을 비비며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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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자, 설화 아주머니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뮤뮤를 바라보았다.

"자, 뮤뮤, 이제 네 여정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물건들을 줄게."

설화 아주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매끈한 검은색 기계를 꺼내 뮤뮤에게 건넸다. 그것은 바로 인간들이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작은 마법 상자였다.

"이게... 뭐예요?"

뮤뮤의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설화 아주머니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건 인간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얻고, 세상을 탐험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란다. 네가 낯선 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필요한 것을 찾고, 또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설화 아주머니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주며 말을 이었다. "특히 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글자를 읽는 것이 필수적이지. 몽몽이가 훈민정음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란다. 그래서 그 낡은 가이드북을 보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니깐. 몽몽아, 이제부터 그 글자는 '한글'이라고 부르자. 그게 이 세상의 글자 이름이니까."

그 순간, 설화 아주머니는 뮤뮤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뮤뮤야, 몽몽이가 읽어줘서 다행이지만, 이 세상의 글자를 네 스스로 읽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눈을 잠시 감아보겠니?"

뮤뮤는 설화 아주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순순히 눈을 감았다. 설화 아주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뮤뮤의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 뮤뮤의 머릿속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흘러들어왔다. 마치 오랫동안 잠겨 있던 자물쇠가 '딸깍' 하고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뮤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스마트폰 화면에 쓰여 있는 글자들이 더 이상 복잡한 기호가 아니었다. 모든 단어들이 마치 화연의 꽃들처럼 선명하게 다가왔다. 뮤뮤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와! 글자들이 보여요! 제가 읽을 수 있어요!"

설화 아주머니는 뮤뮤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설화 아주머니는 뮤뮤에게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기능을 직접 보여주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자, 다양한 그림과 글자들이 나타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뮤뮤는 눈을 반짝이며 스마트폰의 신기한 기능에 감탄했다.

"와... 정말 신기해요! 이걸로 저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이 스마트폰에는 번역 기능이 있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네가 할 수 있는 말로 바꿔주는 기능이 있단다. 그리고 지도를 보거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설화 아주머니는 뮤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복잡해 보이는 기호와 그림들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설화 아주머니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뮤뮤는 금세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익힐 수 있었다.

설화 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뮤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뮤뮤 여행 자금이 필요할 거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단다. 걱정하지 마렴. 내가 지구에서 꽤 오래 살아서,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해 놓았으니 필요한 만큼 줄테니 가지고 가렴. 이 돈은 네가 이 낯선 세상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쓰여야 할 소중한 자산이란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사용하렴."

설화 아주머니의 따뜻한 배려와 넉넉한 인심에 뮤뮤는 감동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낯선 타지에서 만난 동족의 따뜻한 정은 뮤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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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뮤는 설화 아주머니의 배려에 감사하며 며칠 동안 그 쉼터에 머물렀다. 그 시간 동안 뮤뮤는 설화 아주머니에게 지구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다. 아주머니는 수백 년간 지구에 머물며 지켜봐 온 한국의 이야기들을 뮤뮤에게 들려주었다. 고요한 밤, 반짝이는 별 아래서 아주머니는 조선 시대의 궁궐 이야기, 찬란했던 문화 예술의 역사,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모든 것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뮤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주머니가 말해준 장소들을 검색해보며, 이 낯선 세상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갔다. 몽몽이도 뮤뮤의 어깨에서 새로운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뮤뮤는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정갈한 한국 음식들을 맛보고, 밤에는 아주머니가 연주하는 낯선 악기의 선율에 귀 기울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며칠간의 배움과 휴식을 통해 뮤뮤는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닌, 지구의 문화와 역사를 품은 채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씩씩한 요정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제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화 아주머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뮤뮤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뮤뮤, 만약 너무 힘들고 지쳐서 정말 어쩔 줄 모를 때는, 마음속으로 내 이름을 간절히 외치렴. 그러면... 어쩌면 이 쉼터가 네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 정말 꼭 필요할 때만 간절히 외쳐보렴. 내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고,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갈 거라는 것을 잊지 마렴."

뮤뮤는 설화 아주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마트폰과 돈, 그리고 몽몽이라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 이제 뮤뮤는 다음 여정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설화 아주머니와의 만남은 뮤뮤의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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