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계곡, 자개거울을 찾아서
뮤뮤와 몽몽이는 설화 아주머니에게 받은 복주머니와 몽몽이의 포털 이동 능력을 이용해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 근처로 향했다. 몽몽이는 이제 포털 이동에 제법 익숙해져, 눈 깜짝할 새에 두 사람은 서울의 빌딩 숲에서 푸른 자연 속으로 이동했다.
"와! 공기 냄새가 다르다, 몽몽아! 마치 화연의 숲 같아!"
뮤뮤는 가슴 가득 신선한 산 공기를 들이마셨다. 깊고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함과 웅장함에 뮤뮤는 다시 한번 압도되었다. 가이드북의 그림처럼 자개거울은 '달빛 아래 연못가'에 있을 터였다. 뮤뮤는 스마트폰의 시계 앱을 확인했다. 아직 해가 지기까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자개거울은 달빛이 비칠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뮤뮤와 몽몽이는 스마트폰 지도 앱과 낡은 가이드북을 번갈아 확인하며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월영 여신이 준 특별한 빛 덕분에, 그들의 모습은 다른 등산객들의 눈에 튀지 않았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서 뮤뮤는 웅장한 바위들과 고요한 숲의 모습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꼈다.
오후가 되자 뮤뮤는 허기를 느꼈다. 뮤뮤는 몽몽이에게 속삭였다. "몽몽아, 우리 이제 설화 아주머니가 주신 거 먹어볼까?" 뮤뮤는 허리춤의 복주머니에 손을 넣어 따뜻한 차와 빵을 꺼냈다. 겉보기엔 작았지만, 뮤뮤가 원하는 물건을 생각하자 복주머니 안의 무궁무진한 공간에서 필요한 것이 쏙 튀어나왔다. 둘은 잠시 벤치에 앉아 에너지를 보충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산속의 분위기는 급격히 변했다. 낮의 푸근했던 기운은 사라지고, 숲은 온통 그림자와 낯선 소리로 가득 찼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떠오르자, 뮤뮤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였다.
"몽몽아, 왠지 무서워. 저 나무 그림자가 마치 호랑이 같아 보여."
몽몽이는 뮤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뮤뮤, 괜찮아! 자개거울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깃들어 있댔잖아! 우리 뮤뮤는 도깨비도 물리쳤잖아!"
몽몽이의 격려에 뮤뮤는 용기를 냈다. '그래, 나는 도깨비도 물리친 요정이야!' 뮤뮤는 숨을 고르고, 붓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숲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눈앞에 달빛이 부서지는 작은 계곡이 나타났다. 계곡물은 바위 사이를 따라 흐르며 맑은 물소리를 냈고, 하늘에 떠오른 둥근 달빛이 계곡의 수면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이드북의 그림과 정확히 일치하는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뮤뮤는 조심스럽게 계곡물로 다가갔다. 박씨와 은비녀를 찾았을 때처럼, 세 번째 단서가 숨겨져 있을 터였다.
"자개거울아, 네가 가진 용기를 나에게 보여줘!"
뮤뮤는 붓을 꺼내 달빛이 가장 강하게 비추는 계곡 수면에 살짝 대었다. 붓끝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나갔고, 계곡물이 일렁이더니 수많은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물방울들이 흩어지는 순간, 계곡 바닥의 흙과 돌들 속에 반쯤 묻혀있던 신비로운 물체가 뮤뮤의 시야에 들어왔다.
흙을 털어내자,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거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옻칠 위에 조개껍데기를 섬세하게 잘라 붙인 거울은 달빛을 받아 푸른색, 녹색, 흰색 등 다채로운 빛을 뿜어냈다. 거울 중앙에는 '해와 달'을 상징하는 듯한 둥근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뮤뮤는 자개거울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거울 표면에는 낯선 자신의 모습 대신,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뮤뮤의 모습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