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맞서는 빛
뮤뮤는 자개거울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거울 표면에는 낯선 자신의 모습 대신,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뮤뮤의 모습이 비쳤다.
"어...? 왜 내 모습이 저렇지?"
거울 속 뮤뮤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입술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몽몽이는 뮤뮤의 어깨를 맴돌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뮤뮤, 괜찮아? 거울이 이상해!"
뮤뮤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개거울의 의미를 되새겼다. '두려움을 비추고 이겨내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자개거울. 거울은 뮤뮤의 내면에 숨겨진 가장 솔직한 감정, 즉 이 낯선 세상에서의 '두려움'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이게... 내 진짜 마음인가 봐, 몽몽아. 나 사실... 무서워. 도깨비도 무섭고, 엄마 아빠 보고 싶고..."
뮤뮤는 숨겨왔던 진심을 토해냈다. 그러자 거울 속 뮤뮤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지며, 그림자가 드리워진 숲의 호랑이처럼 변해 뮤뮤를 위협하는 듯했다.
"크아앙!"
거울 속의 두려움이 뮤뮤를 압박하는 순간, 뮤뮤는 손에 든 붓을 거울 표면에 갖다 댔다. 화연의 붓이 거울 표면의 '해와 달' 문양을 스치자, 거울이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해와 달은 스스로 빛을 내니, 마음의 어둠에 가려진 빛을 믿어라.'
거울 속의 문양이 훈민정음으로 번역되어 뮤뮤의 마음속에 울렸다. 뮤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마음의 빛을 믿어라.'
그때, 뮤뮤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누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밧줄을 타고 올라갔던 그 용기! 가장 무서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그 강인한 마음이 바로 이 거울에 깃들어 있는 진정한 용기임을 깨달았다.
뮤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붓을 쥐지 않은 손으로 몽몽이를 꼭 껴안았다. "몽몽아, 내가 무서워도 괜찮아. 하지만 이겨낼 수 있어! 우리도 오누이처럼 서로를 믿고 나아가자!" 뮤뮤는 자신 안에 있는 따뜻하고 밝은 마음, 그리고 몽몽이와 설화 아주머니에게서 받은 용기를 떠올렸다.
뮤뮤가 다시 눈을 뜨자, 거울 속의 두려움에 떨던 뮤뮤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공포 대신, 작지만 단단한 결의가 서리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호랑이 그림자도 점차 희미해졌다.
자개거울은 푸른색, 녹색, 흰색 등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며 뮤뮤의 손 안에서 더욱 강하게 빛났다. 뮤뮤는 그 빛을 받아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개거울에 담긴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의 힘이 뮤뮤에게 전달된 것이다.
"세 번째 단서를 찾았어, 몽몽아!"
뮤뮤는 승리감에 젖어 기뻐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크크크... 역시 비녀에 이어 거울까지 손에 넣었구나."
낯익고도 불길한 굵은 웃음소리가 계곡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뮤뮤가 고개를 들자, 달빛 아래의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을 피우며 수많은 도깨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보다 훨씬 더 많은 무리였다. 그들은 손에 도깨비방망이를 쥐고 위협적으로 뮤뮤를 에워쌌다.
"저 애송이가 우리 대장님의 영역까지 침범했군! 순순히 박꽃과 은비녀, 그리고 거울까지 내놓아라!"
도깨비들 사이로, 유난히 덩치가 크고 뿔이 우뚝 솟은 도깨비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눈은 더욱 이글거렸고, 손에 쥔 방망이는 위협적으로 번쩍였다. 뮤뮤는 직감했다. 이들이 바로 도깨비 무리의 우두머리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