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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은비녀의 진실

청계천의 밤, 도깨비와의 두 번째 싸움

by MUZE
ChatGPT Image 2025년 7월 29일 오후 10_21_35.png

"크크크... 찾았구나. 탐스러운 은비녀로군!"

낯익은 굵고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뮤뮤는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청계천의 다리 밑,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도깨비불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이내 뮤뮤와 몽몽이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싸늘하면서도 장난스러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자, 뮤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깨비불이 가장 강렬하게 타오르는 순간, 그 불꽃 속에서 불처럼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형체들이 위협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엔 뿔이 돋아 있고,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손가락, 그리고 낡은 도포 자락 같은 검은 그림자를 휘감은 존재들. 바로 지난번 미술관 뒤편에서 본 도깨비들이었다. 그들은 뮤뮤의 손에 들린 은비녀를 향해 욕심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 요정이 또 귀한 걸 우리 대신에 잘 찾아다니는구나. 그걸 우리에게 주면 편할 텐데, 크크크. 얼른 이리 내놓아라!"

도깨비들은 히죽거리며 뮤뮤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박 씨를 빼앗으려 했던 지난번보다 더 집요하고 끈질긴 기운이 느껴졌다. 그들은 손에 거친 나무와 쇠붙이로 만들어진 도깨비방망이들을 쥐고 있었다. 번쩍이는 방망이들이 위협적으로 휘둘러질 기세였다. 한 도깨비는 기다란 팔을 뻗어 뮤뮤의 눈앞에서 은비녀를 낚아채려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뮤뮤는 몽몽이를 꼭 껴안았다.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지난번 박꽃을 피워내 도깨비들을 물리쳤던 기억이 뮤뮤에게 용기를 주었다. 몽몽이도 뮤뮤의 어깨에서 작게 낑낑거리며 함께 도깨비들을 노려보았다.

"몽몽아, 쟤들이 은비녀를 뺏으려고 해!"

“뮤뮤 아마 이 은비녀에도 신비한 장치가 있지 않을까? 혹시 은비녀에 문양 같은 게 있어?

몽몽이가 말했다.

뮤뮤는 은비녀를 지긋이 바라보았고 그때 은비녀에서 작은 나비 문양을 발견하였다.

“몽몽아 여기 나비 문양이 있어!”

그때, 도깨비들이 뮤뮤와 몽몽이를 위협하며 다가왔다.

위협을 느낀 뮤뮤가 도깨비들에게 소리쳤다.

“흥! 내가 순순히 너네한테 줄 것 같아? 그럴 순 없어! 이건 내가 찾은 물건이야!”

그러자 도깨비가 대답했다.

“지난번에 우리가 져준 거지만, 이번엔 은비녀를 너에게 그냥 가져가게 둘 순 없지! 크크크”

“흥! 이번에도 그렇게 안될걸? 어디 덤벼봐! 나에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뮤뮤는 긴장감에 은비녀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앞에서는 용감하게 큰소리를 쳤지만, 아직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억울함을 이겨낸 선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은비녀. 뮤뮤는 콩쥐처럼 선한 마음으로 이겨내리라 다짐했다.

뮤뮤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콩쥐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콩쥐님의 선한 마음이 필요해요’

뮤뮤는 지난 전투를 떠올리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붓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뮤뮤의 마음이 콩쥐의 은비녀에게 닿았는지 화연의 생명력과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붓끝에서 부드러운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어둠을 가르고 도깨비들을 비추었다. 도깨비들은 붓의 빛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번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며 뮤뮤를 압박해 왔다. 청계천 주변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긴장감을 더했다.

갑자기 도깨비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크아아악! 그 비녀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한 도깨비가 외치자, 다른 도깨비들도 동요하는 듯했다. 뮤뮤는 은비녀를 더욱 꼭 쥐었다. 그 순간, 은비녀에서 더욱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비녀의 빛은 붓을 타고 뮤뮤의 심장으로 흘러들어왔다.

"으읍...!"

뮤뮤의 몸에서 차갑지만 맑은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 에너지는 뮤뮤의 붓을 통해 흘러나왔고, 뮤뮤는 지난 전투를 떠올리며 붓을 휘둘러 은비녀의 나비 문양에 대자 나비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듯한 형태의 문양을 그렸다. 문양이 완성되자, 은비녀에서 뿜어져 나온 빛과 붓의 에너지가 결합하여 수많은 은빛 나비들이 도깨비들을 향해 퍼져나갔다.

나비들이 닿자, 도깨비들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그들은 마치 끈적한 진흙이 씻겨 내려가듯 몸이 흐물거리는 듯했다. 이 나비들이 도깨비들을 감싸자 욕심 가득한 기운을 정화하는 듯했다.

“으윽.. 이번에도 당하다니, 얼른 후퇴하자”

“알겠다.. 뮤뮤 두고 보자 다음번에 만나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도깨비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을 뒤틀며 어둠 속으로 희미한 파란 불로 변하여 재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숨 막히는 싸움이 끝났다. 뮤뮤는 떨리는 숨을 고르며 은비녀와 붓을 내려다보았다. 은비녀의 머리 부분에 새겨진 작은 나비 문양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콩쥐가 억울함을 이겨내고 자유롭게 날아오른 것처럼, 그 나비 문양은 선한 마음의 빛을 담고 있는 듯했다. 붓은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몽몽이는 뮤뮤의 볼을 비비며 말했다.

"뮤뮤, 해냈어! 두 번째 물건의 힘을 찾은 거야!"

뮤뮤는 은비녀를 품에 안았다. 박꽃에 이어 은비녀까지, 두 번째 단서를 찾았다는 기쁨과 함께, 도깨비들과의 싸움에서 다시 한번 승리했다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뮤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앞으로의 또 다른 물건을 찾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몽몽이와 붓, 그리고 자신의 용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청계천의 밤은 어느덧 고요해져 있었다. 뮤뮤는 은비녀를 소중히 복주머니에 넣고,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 낡은 가이드북을 펼쳤다.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새로운 그림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뮤뮤의 심장은 새로운 모험에 대한 설렘으로 다시금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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