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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Aug 02. 2023

포르투갈 음식에는 그린와인이 빠질 수 없지

포르투갈의 식도락과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린와인의 매력

  포르투갈에는 맛있는 음식이 정말 너무 많아서 하루에 네 끼를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더욱 즐겁게 한다. 포르투갈은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담백한 맛을 내는 쌀과 돼지고기 요리도 맛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 중의 하나는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에그타르트 전문점 중에서도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벨렝 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에 있는 Pasters de Belem이다. 이곳의 역사는 183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수도원에서 전해진 비법을 그대로 고수하여 이어져 온 덕에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고 줄을 길게 서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 정보에 테이크아웃 줄과 먹고 가는 줄이 다르니 잘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 갔다.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내가 서 있는 줄이 테이크아웃 줄인 지 먹고 가는 줄인 지 구분도 안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금방 줄이 쑥쑥 잘 빠졌다. 다행히 내가 서 있던 줄은 내가 원하던 대로 먹고 가는 줄이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에 있는 Pasters de Belem에 줄 서 있는 많은 사람들>


  앉을자리가 없을까 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빈 테이블에 바로 앉아서 에그타르트 3개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잠시 화장실에 가느라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이게 웬걸, 아주아주 넓은 식당 안에 빈테이블이 여럿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쪽에 앉는 건데, 괜히 자리 없을까 봐 불편하게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아서 후회가 되었다.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자리를 안쪽으로 옮기고 싶다고 하니 그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내가 맡아 놓은 테이블에 와 보니 주문한 에그타르트가 벌써 나와 있었다. 접시와 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오더니 나를 급하게 막았다. 


  "안쪽 테이블로 옮기고 싶어요."

  "놉!!"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까 다른 직원은 옮겨도 된다고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건가요?"

  "안 됩니다. 앉으세요!" 

  완강한 그의 태도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순간 무안하고 민망해서 슬그머니 들었던 접시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제대로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막아서는 것이 이해도 안 되고 기분이 상했지만, 그보다 괜히 진상 고객 취급받은 것 같아 민망함에 창피하기까지 했다.


  할 수 없이 입구자리에서 조용히 포크를 들고 에그타르트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나!! 이게 웬일인가. 어쩜 이렇게 맛있는 에그타르트가 있단 말인가. 바이샤 지구에서도 에그타르트를 몇 번 사 먹었었는데, 이 에그타르트야말로 정말 찐이다 싶었다. 안에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하고 단맛과 고소함이 적당하게 잘 어우러졌다. 바깥을 감싸고 있는 빵이 어찌나 바삭바삭한지 '겉바속촉'이라는 말이 이 에그타르트를 두고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고, 다른 곳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조금 전의 속상한 기분을 다 잊은 채 순식간에 3개를 다 먹어 치웠다. 3개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몇 개를 더 포장해 와서 숙소에서  주전부리가 생각날 때 요긴하게 먹었다. 이곳의 에그타르트는 불쾌했던 감정까지 싹 잊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묘약이었다.   



<Pasters de Belem 식당 안쪽 자리와 에그타르트. 사진 찍는 것도 잊고 급하게 먹다 남긴 한 컷.> 



  포르투갈에는 해산물 요리 또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말린 대구 요리인 '바칼라우(Bacalhau)'이다. 리스본 근교 여행지인 신트라에서 일행들과 찾아간 맛집에서 바칼라우를 처음 먹어볼 수 있었다. 위에 뿌려져 있는 소스도 입맛에 맞았고, 곁들여 나온 채소와 감자 또한 맛있었다. 해물밥과 리소토 등 우리가 시킨 모든 메뉴가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잊을 수 없는 맛은 그린 와인이었다. 그린 와인을 여기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달지도 드라이하지도 않으며, 음식과 궁합이 잘 맞아 청량감을 주었다. 이맛을 잊지 못하고, 이후로도 포르투갈 식당에서는 무조건 그린와인을 주문했다. 이렇게 맛있는 와인이 있었다니. 마음 같아선 잔뜩 쟁여가고 싶었으나 1인당 와인이 2병까지 신고 없이 살 수 있고, 가방의 무게도 제한이 있으니 이곳에 매일매일 먹고 가는 수밖에. 



<신트라에서 일행들과의 저녁 식사와 그린 와인>


  문어 요리인 '뽈뽀' 또한 포르투갈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뽈뽀를 두 번 먹었는데, 두 곳 모두 문어가 어찌나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는지 모른다. 두 곳 중에서 굳이 꼽자면, 리스본 맛집인 'EI-Rei Dom Frango'에서 먹었던 것이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음식 양도 넉넉했고, 부드러운 문어와 올리브유에 구운 마늘과 감자의 조화도 너무나 훌륭했다. 옆 테이블의 독일인 커플이 맛있다고 추천해 준 '오늘의 생선' 요리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혼자서 메인 요리를 두 개나 먹을 수 없어 뽈뽀만 맛본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리스본에서 한 끼를 더 먹을 수 있었다면 이곳에 다시 왔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 특히, 이 뽈뽀를 먹을 때 그린와인이 빠지면 정말 섭섭하다. 아무렴, 해물 요리엔 무조건 그린와인이지.  



<왼쪽은 포르투에서, 오른쪽은 리스본에서 먹은 뽈뽀 요리>


  이외에도 포르투갈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은 '해물밥'이다. 리스본의 해물밥 맛집 '우마'와 포르투의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지구에 있는 'Tempero d Maria' 두 곳에서 해물밥을 먹었는데, 둘 다 아주 맛있었다. 두 곳 모두 양도 많고, 무엇보다 해산물이 엄청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해물밥은 얼큰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었다. 요리 비법을 전수해 와서 우리나라에서 해물밥 전문점을 내면 무조건 대박 날 것 같다.




  숙소 직원에게 괜찮은 그린와인을 추천받아서 슈퍼에서 사 와 저녁마다 제대로 음미했다. 리스본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 'pingo doce'에서 와인, 요거트, 자두, 딸기, 귤, 복숭아, 청포도, 애플망고 등 각종 과일을 사서 숙소 냉장고에 넣어두고, 와인 안주까지 푸짐하게 즐겼다. 포르투갈의 딸기는 우리나라 딸기와 조금 다른 색다른 맛이었다. 딸기의 식감이 조금 더 아삭아삭한데, 과즙도 많고 굉장히 달콤해서 특히 맛있었다.  


  뽈뽀와 여러 가지 과일, 견과류 등 각종 안주를 펼쳐 놓고 그린 와인을 혼자 마시는 나를 보고 있던, 건너편 테이블의 서양 할머니가 말을 걸어와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할머니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70대인데, 혼자 여행 중이라고 했다. 70대에 혼자 자유 여행이라니 우와, 정말 멋진 할머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나에게로 와서 무언가를 조금 건네주었다. 

  "일본 과일인데, 너무 맛있어요. 조금 먹어봐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맛을 보니 곶감이었다. 

  "이건 한국에서 '곶감'이라고 불러요. 일본 과일이 아니에요."

  "이름이 뭐라고요?"

  "곶감이요. 곶감.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고옫까암'"

 할머니는 '꼬오가아아~암'이라고 어렵게 발음했다. 근데 왜 프랑스 할머니는 곶감을 일본 과일이라고 알고 있을까. 이유가 궁금했으나 방으로 들어가려는 할머니를 붙잡고 물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께 감사의 표시로 복숭아를 하나 드렸더니 고맙다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포르투갈의 과일과 그린 와인, 타임아웃 마켓에서의 간식>


   바칼라우, 뽈보, 해물밥, 에그타르트 등 대표적인 포르투갈의 음식을 맛보았으나 포르투갈에는 이 외에도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았다. 포르투갈은 식도락 여행만 해도 가 봐야 할 곳이 넘쳐나는 미식의 나라이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포르투갈식 해물탕인 '카타플라나'와 갑오징어 튀김 '쇼쿠 프리투', 포르투갈식 샌드위치 '프란세지냐', 해물 쌀 요리 '아호스 드 마리스쿠' 크리스마스 빵인 '볼루 헤이', 그리고 리스본 사람들이 대낮부터 마신다는 체리 브랜디 '진지냐'도 꼭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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