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바라보는 성공
"Quietquitting"
포스트 코로나에 가까워진 지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해시태그입니다. 중복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직역을 해보자면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고 의역으로는 '조용한 퇴사'라고도 합니다.
보통 MZ세대를 묶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이것 만큼은 MZ세대가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수많은 글들에서도, 그리고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업무 영역의 구분'입니다.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MZ세대는 취업난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회사들은 구인난이라고 이야기한다는 부분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MZ세대가 봤을 때, 구인하겠다는 회사들이 내놓은 일자리들은 '취직하면 안 되는 일자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직원은 업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 남는 부분을 '알아서' 채워주는 직원을 원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MZ세대는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직장 이후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20대가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술을 안 마셔서가 아니라 회식이 업무의 연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일 이야기가 아닌 그냥 형 동생 모임 같은 회식은 MZ세대도 그리 싫어하지 않고 잘 다닙니다. 물론 2차 3차 가는 건 좋아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 회사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건 아닙니다. 열정이라는 말은 그렇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열정은 자발적인 끓어오르는 것에 쓰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직장'이 '성공'의 유일한 공식이 아니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라고 봅니다.
MZ세대의 삶에서 성공은 무엇일까요?
회사에서 진급해서 언젠가 높은 자리에 가는 것? 그런 것은 별로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거의 10년간 청년 창업에 대한 이야기만 질리도록 나왔고, 젊은 시절에 대표 소리 들어본 MZ세대도 많습니다. 친구들이 창업해서 돈을 얼마를 벌었네 하는 소리는 MZ세대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래서 영끌이니 코인이니 하는 것에 빠져든 친구들도 많습니다.
사실 그들의 성공 역시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소비문화'를 감당할 만큼의 돈을 버는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소비문화 패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이전세대가 결혼과 양육 등을 기반으로 한 소비문화였다면 MZ세대는 자신들을 위한 소비문화 패턴이 더 큽니다. 그래서 더 빠르게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합니다. 대표적으로 클럽문화만 하더라도 30대만 넘어도 슬슬 눈치가 보입니다. 더 어렸을 때 더 많이 노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직장에 너무 많은 인생을 할애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더 젊었을 때 여행도 하고, 더 젊었을 때 유튜버도 해보고, 더 젊었을 때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닙니다. 그 이전 세대는 젊었을 때 직장을 열심히 다녀서 아이들을 키우다가 아이들이 적당히 크고 나면 그 뒤부터 모임에 등산에 여행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성공하는 것은 '돈' 이외에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 이전 세대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의 '직업'이나 '직장'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그 중요성이 훨씬 줄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직업과 직장은 중요하지만 그건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지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더욱 명품과 자동차나 집 등 현재의 '인스타 감성'에 중요한 것들이 인생에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 그들의 시간을 쏟아부어 주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Quietquitting"에는 돈을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회사에서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는 의미입니다. 미래를 저당 잡고 현재의 열정을 요구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자신들의 미래는 회사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달렸으니까요. 그래서 "쉬운 퇴사"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습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어떤 회사들은 "기혼자"를 우대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정 반대로 기혼자에게는 여러 가지로 집안 사정에 따른 제약이 붙어서 기피할 만 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혼자에 자녀가 있으면 양육에 대한 책임 때문에라도 쉽게 그만두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퇴직할 때 붙잡는 말들은 대부분 그런 이야기입니다. "당장 애들은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이것 또한 착각입니다. MZ세대의 "Quietquitting"은 사실 직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20-30대에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있지만 재우고 저녁 늦게 나와서 술 마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MZ세대는 아이의 삶 역시 자신의 삶은 아닙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꽤나 명확한 선을 긋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것은 경향에 불과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주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 이외의 대다수가 그렇게 살고 있다면 나의 생활패턴에 영향이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허세는 안녕하십니까? 에서 다뤘던 것처럼 인스타와 유튜브를 통해서 타인과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세대에게는 '보이는 것'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 훨씬. 예전에는 명절에 집에 내려갈 때나 겪던 '타인의 삶과의 비교'를 매일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열정은 소멸한 것이 아닙니다. 방향성이 바뀌었을 뿐. 사회의 관점보다 개인의 관점으로 조금 더 포커스가 옮겨갔을 뿐입니다. 그래서 더 빨리 돈을 벌어야 하고 너무 오래 준비하지 않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익숙한 세대와는 다릅니다. 그들의 성공은 지금이어야 합니다. 나중의 삶은 나중의 자신이 알아서 할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도, 육아도, 그들이 그것이 즐기는 삶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MZ세대는 자신들에게 강요하며 넘어오는 것들에 대해서 조용히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