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 연꽃처럼
늦여름 버들과 연잎이 헤쳐놓은 쪽빛 비단에
백조 서넛 종종 지나간 뒤에 남은 백묵의 흔적에
어린애가 깜빡 흘리고 간 손수건마냥
쑤욱 피어오른 그래, 그 연꽃처럼
쨍한 햇빛 마주해도 고개 한번 안 숙이는
그래, 그 연꽃처럼
버들가지 할아범 늘어진 수염에 기대어
맹랑하게 지저귀던 그래, 그 연꽃처럼
네가 난 이 호수를 잊지 말 것
축복 속에 틔운 싹을 기억할 것
꽃잎 끝으로 만끽하던 산들바람을
이제는 손끝으로 겨우 더듬더라도
그 여름, 네 고향의 풍경만은
오래도록 간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