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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핀 연꽃처럼

by 신서안

그래, 그 연꽃처럼



늦여름 버들과 연잎이 헤쳐놓은 쪽빛 비단에

백조 서넛 종종 지나간 뒤에 남은 백묵의 흔적에

어린애가 깜빡 흘리고 간 손수건마냥

쑤욱 피어오른 그래, 그 연꽃처럼

쨍한 햇빛 마주해도 고개 한번 안 숙이는

그래, 그 연꽃처럼

버들가지 할아범 늘어진 수염에 기대어

맹랑하게 지저귀던 그래, 그 연꽃처럼



네가 난 이 호수를 잊지 말 것

축복 속에 틔운 싹을 기억할 것

꽃잎 끝으로 만끽하던 산들바람을

이제는 손끝으로 겨우 더듬더라도

그 여름, 네 고향의 풍경만은

오래도록 간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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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