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이런 거야
새장에서 도망 나와 여기에 올라타
비탈길 쭉 내려와 강 위를 날자
어때, 스치는 바람이 반갑지?
그럼 이건 어때?
웅덩이에서 함께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은 없어도 빗소리에 맞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그러다 해가 지면 손을 놓아줄게
건너가, 벌써 때가 되었네
괴로움은 이쪽 세상에 남겨두고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살랑살랑 넘어가
낯익은 흙길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
곧이어 그리운 초록 대문이 보이겠지
여전해, 모든 게 그대로야
갈라진 나무 기둥과 할미의 고무신
오래된 장롱, 작은 액자들
엄지로 문질러 먼지를 닦아내다 보면
우리 강아지, 혼자 이리 멀리 왔누 하고
반가운 부름이 찾아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