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향한 소박한 살인
돈 때문에 벌어지는 살인, 납치 등의 행위는 시대가 지날수록 점점 교묘해집니다. 도를 넘은 황금만능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까먹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돈은 수단이어야 합니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코엔 형제는 <파고>를 통해 돈을 향한 탐욕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조명합니다. 데뷔작인 <블러드 심플>부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카우보이의 노래>까지 코엔 형제 영화는 보고 나면 오묘한 찝찝함이 남습니다.
자동차 영업 사원인 제리는 칼과 칼의 동업자(이름이 나오지 않으므로 동업자라 칭하겠음)에게 황갈색 시에라와 4만 달러를 넘깁니다. 의뢰 내용은 아내를 납치해 달라는 것. 제리는 부유한 장인의 돈을 얻어내기 위해 아내를 납치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칼과 동업자는 노스 다코타 주의 파고에서부터 미니아나폴리스의 브레이너드까지 밟습니다. 운전은 전부 칼의 몫이었죠. 그들은 대낮에 제리의 집을 들어가 아내 납치를 감행합니다. 납치한 아내와 산속의 별장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작업 중에 3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제리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제리의 장인은 칼에게 직접 돈을 건네려고 합니다. 제리의 장인과 칼은 주차장에서 만납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Fargo “는 미국 노스 다코타 주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Fargo는 영화 초반, 단 한 장면에서만 등장합니다. 제리가 황갈색 시에라를 견인하여 칼과 그의 동업자에게 건네는 장면에서 입니다. 제목 ”Fargo“에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합니다. 지역 이름임과 동시에 ‘Far go’ 즉, ”너무 멀리 간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미니아나폴리스의 브레이너드입니다. 이 또한 언어유희인데요. Brainerd는 뇌를 뜻하는 “Brain”과 찌질이를 뜻하는 “Nerd”의 합성어입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어리숙하고 멍청한 모습에 대한 은유입니다. 또한, 제리가 아내 납치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요청한 엔지니어 솁 프라우드풋은 아메리카 원주민입니다. 독특한 성을 가진 솁의 성, Proudfoot은 ‘자랑스러운 발’이라는 뜻입니다. 솁은 그런 자랑스러운 발로 칼을 향한 발길질을 합니다. 영화는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놓지 않습니다.
브레이너드를 상징하는 나무꾼 동상은 영화 전반을 함축합니다. 먼저, 동업자가 죽인 두 명의 목격자는 브레이너드의 나무꾼과 동일한 복장입니다. 빨간 상의와 파란 하의이죠. 남자는 동업자의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여자는 손과 얼굴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죠. 이는 칼과 동업자의 말로와 유사합니다. 동업자는 브레이너드의 상징인 양날 도끼로 칼을 죽입니다. 또한, 칼은 장인에게 총을 맞아 얼굴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호수에서 도주하던 동업자는 마지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집니다.
제리가 장인 웨이드와 스탠에게 주차장 관련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웨이드의 회사에 찾아갑니다. 웨이드와 스탠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투자의 뜻이 있음을 밝힙니다. 제리에게는 중개 수수료를 물어보죠. 이는 제리가 원하던 그림이 아닙니다. 제리는 자신의 말을 듣고 돈을 그 자리에서 받기를 원했습니다. 웨이드와 스탠은 단칼에 거절합니다. 제리가 회사 바깥으로 나왔을 때, 제리의 자동차 앞유리에는 성에가 가득 꼈습니다. 차창으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제리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첫 등장 장면의 눈보라와 같은 맥락입니다.
영화 중반에 뜬금없이 등장한 마이크 야나기타를 기억하시나요? 갑작스럽게 등장했다가 퇴장하여 불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이크 야나기타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먼저, 마이크는 제리와 동치입니다. 상습적으로 거짓말하고 상황을 모면하는 모습이 닮았습니다. 둘째, 실마리 역할입니다. 트윈 시티에서 떠나려던 마지는 친구에게 전화를 받고 마이크의 거짓말을 알게 됩니다. 도시를 떠나려다 영감을 받고서는 제리를 다시 한번 방문합니다.
마지의 남편, 놈은 지렁이를 구해달라고 합니다. 오리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오리를 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놈은 지렁이를 지칭하는 말로 ”NightCrawler“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경찰서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 다음으로 갈색 봉투에 담긴 지렁이를 이어서 보여줍니다. 코엔 형제가 음식 쇼트는 정말 못 찍는다고 생각한 순간입니다. 우글거리는 지렁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먼저, 얽히고설킨 상황을 암시합니다. 마지는 마이크 야나기타로 그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둘째, 지렁이는 칼과 동업자, 제리를 상징합니다. ”NightCrawler“는 밤(Night)에 기어 다니는(Crawler) 존재를 뜻합니다. 밤에 접선한 칼과 제리, 그리고 밤에 살인을 저지른 일당의 모습을 암시합니다.
<파고>는 끊임없이 놈, 마지와 칼, 동업자, 제리를 병렬적으로 전개하는 와중 대비합니다. 칼과 동업자는 매춘부를 끼고 성행위를 즐깁니다. 코엔 형제는 성행위 장면을 극단적으로 짧게 가져갔습니다. 성행위 장면 직후에는 ”할리우드 레이트 나잇 쇼“를 보는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허망하고 일시적인 섹스입니다. 해당 모습은 마지, 놈과 대비됩니다. 마지와 놈은 거의 항상 함께입니다. 반복적으로 마지의 어깨에 놈의 팔이 등장합니다. 함께 TV를 보면 놈은 마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들었습니다.
놈이 그린 오리 우표는 3센트의 가치를 가졌습니다. 소박한 우표의 가격은 칼의 돈뭉치와는 대비됩니다. 행복의 측면에서 보면 놈의 가치가 큽니다. 칼의 돈뭉치는 황량한 눈 밭의 빨간 눈삽으로 표지 되어있을 뿐이며 그 누구도 찾지 못합니다.
영화의 주제를 살펴볼까요. <파고>는 기존의 코엔 형제 영화와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주제를 언급합니다. 마지는 동업자 체포 후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합니다 :
Marge Gunderson: …(초략)… And for what? For a little bit of money? There's more to life than a little money, you know. Don'tcha know that? And here ya are, and it's a beautiful day. Well. I just don't understand it.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돈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칼과 동업자, 제리는 결국 죽거나 체포되었습니다. 순간적인 쾌락, 일시적인 황금을 만지기 위해 그들은 작전을 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와 놈은 반대입니다. 그들은 소박합니다. 엄청난 돈이 없더라도 임신한 마지에게는 계란을 구워 아침을 준비해 주는 남편 놈이 있습니다. 차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때, 놈은 배터리 점프를 통해 고치고, 오리 그림을 그립니다.
영화는 수많은 아이러니를 반복합니다. 영화 초반부 실화라고 이야기하지만, <파고>는 완전한 허구인 점, 등장인물은 황갈색 시에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적갈색 시에라인 점 등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가볍게 풀기 위한 요소로써 사용되었습니다.